한강애인 선생님들께. 가을이 깊어갑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제법 두툼한 옷을 꺼내어 입기 시작하네요. 얼마
2026. 10. 23.
은미씨의 한강편지 371 💌 새와 여행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가을이 깊어갑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제법 두툼한 옷을 꺼내어 입기 시작하네요. 얼마
은미씨의 한강편지 371 💌 새와 여행
ⓒ이병우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가을이 깊어갑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제법 두툼한 옷을 꺼내어 입기 시작하네요. 얼마 전에는 파리에 사는 아이에게 겨울 옷을 부쳤습니다. 그곳은 여름도 유난히 무더웠지만 겨울도 우리보다 서둘러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가을 꽃들과 단풍 드는 나무들을 눈여겨보곤 해요. 우리가 심었던 쑥부쟁이나 개미취, 산국 같은 꽃들이 강가에 흐드러지게 피었어요. 여름부터 피어나던 백일홍도 여전히 화려하죠. 며칠 전엔 중랑천의 로맨 님이 자작시를 올렸어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따사로운 가을 햇살
머금은
연보라 쑥부쟁이
흐드러지고
활짝 웃는
붉은 백일홍.
꽃 사이로 허리 굽혀
꽃과 눈 맞추는 사람들.
강물을 살리고
꽃을 가꾸고
자연과 사람이 만나
꽃을 닮은
정을 나눈다.
(로맨 님의 ‘꽃처럼 피는 情’ 부분)
꽃도 꽃이지만 요즘 단풍도 참 곱지요. 멀리 설악산 같은 데 가지 않아도 우리 곁의 나무들도 아름다워요. 저는 이맘때 화살나무 단풍도 눈여겨보고, 느티나무 단풍이 곱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사는 상암동에는 여기저기 느티나무가 많거든요. 넓적한 마로니에나무 잎도 곱고 쥐똥나무나 산딸나무 잎도 제각각 고와요.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나무가 없지요.
# 도요새와 원앙
물가에 노는
한 쌍 도요새
너
어느 나라에서 날아왔니?
(오일도 시 <도요새> 부분)
얼마 전에 아이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시집에서 아무 시나 펼쳐 읽어봤어요. 거기에 ‘도요새’라는 시가 있더군요. ‘너 / 어느 나라에서 날아왔니?’라고 시인은 묻고 있어요. 시를 읽으며 세상을 여기저기 거쳐 날아오는 철새들이 노마드 같다고 생각하다가, 우리 아이도 다른 나라로 날아간 철새와 다름없구나 싶어 속으로 웃었죠. 그립기도 하고요.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니 새들에게 더 눈이 가요. 중랑천에는 원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원앙축제 장소를 답사하러 다녀오던 길에 성동교 아래에서 원앙을 대여섯 마리 보았어요. 반가웠죠. 올해는 얼마나 많이들 올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원앙만이 아니라 오리류 새들이 점점 더 눈에 많이 띄고 있어요. 한강에서 일하기 전에는 강에 이토록 새들이 많이 사는 줄 몰랐죠. 이제는 날이 추운 줄도 모르고 자꾸만 강가를 서성이거나 강물 위를 쳐다보게 됩니다.
ⓒ이병우
오늘 밤은 정말 기온이 뚝 떨어졌어요. 입은 옷이 그리 두껍지 않아 몹시 춥더군요. 평소라면 성동교를 지나며 새들을 살펴볼 텐데, 바람을 피해 뚝섬역으로 걸어갔어요. 그리고 다가올 겨울 새들을 걱정하기도 하고, 날이 추워지면 더욱 힘들 사람들을 떠올려보기도 하면서 종종걸음을 걸었죠.
올해도 새들의 밥을 마련하기 위하여 모금함을 열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비하면 밥값이 수북하게 쌓이지 않아요. 요즘 다른 모금함들도 찬바람이 분다고 들었어요. 갈수록 사는 일이 팍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여유가 없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도 커피 값이나 밥 한 끼 아끼셔서 보태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내일은 미리 조금 마련해둔 돈으로 볍씨를 사러 다녀온다고 해요. 이 겨울도 새들을 다정하게 살피며 잘 보내야겠어요.
# 새와 여행
새 하면 연상되는 분들이 여럿 있어요. 한강에서 새소리 풍경 사운드스케이프를 강의하기도 하고, 한 번은 제주도 저지오름에서 섬휘파람새를 들려주신 양경모 대표님 같은 분이나 예전에 샛강에서 얼리버드 탐조 모임을 이끌어주셨던 박평수 이사님 같은 분들이 있죠. 하지만 가장 자주 그리고 먼저 생각나는 분은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님입니다.
그가 얼마 전에 ‘새와 여행’이란 책을 냈어요. 탐조 여행가로 10년여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죠. 저는 오래 전 환경연합에서 자원봉사자로 그를 만났기에 그의 삶 궤적을 어느 정도는 알아요. 그는 하호 (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라는 야생동물 보호 회원모임에 열심히 참여했어요. 당시 마용운 활동가님이 그에게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었죠. 잘나가던 외국계 대기업을 그만두고 혼자서 탐조회사를 차린다기에 참 용감한 사람이구나 하고만 생각했죠. 세월이 흘러 그는 이제 독보적인 탐조여행사를 만들어냈으며, 본인도 ‘아름다운 것을 본 죄’ 때문인지 열렬한 환경운동가로도 살고 계신 것 같아요.
저에게 책을 주며 그는 이렇게 적었어요.
‘한강과 함께 에코버드투어가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생태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시죠.’
그의 말처럼, 오늘도 내일도 한강은 비인간 존재들에게 마음을 나누며 곁을 지켜주는 일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희생과 헌신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일이죠. 생명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지켜주고 싶으니까요.
가을이 빠르게 뒷걸음질치고 있어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나무와 꽃!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 담으세요. 다가오는 겨울은 새들에게 눈길과 손길을 나눠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