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었죠. 부처꽃, 단양쑥부쟁이, 개미취, 큰꿩의비름, 배초향… 이름도 정겨운 꽃들을 심었어요. 중랑천 꽃을 심었죠.
부처꽃, 단양쑥부쟁이, 개미취, 큰꿩의비름, 배초향… 이름도 정겨운 꽃들을 심었어요. 중랑천 강가에서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심었죠. 햇살이 얼마나 투명하던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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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하는 사람들이 즐겨 쓴다는 엉덩이 의자를 엉덩이에 달고 걸어가는 여자들. 빨갛고 둥근 엉덩이 의자가 둥근 엉덩이에 매달리니 얼마나 또 웃음이 나던지요. 전날 비가 내려서 흙은 보드라웠어요. 게다가 우중가 선생님들이 미리 흙을 일궈주었죠. 수월하게 꽃을 심도록 해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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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 분들이 꽃을 심으러 자원봉사를 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오기로 한 날 아침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어요. 꽃을 심기 어려운 날씨였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리 꽃을 사두고 준비한 분들은 애가 탔어요. 그래서 우리가 강가로 갔죠. 대신 꽃을 심어주려고요. 희정 해곤 은희 상은 명숙 웅 정희 지연 선영 같은 한강애인들이 오셨죠. 은희는 호미질이 빨랐고 지연은 삽질이 능숙하더군요. 저도 알려주는 대로 땅을 적당한 깊이로 파고 꽃을 심었어요. 개미취를 많이 심었어요. 가을에 잘 어울리는 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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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조금 했는데 먹을 것은 넘쳤어요. 성수동 유명한 베이커리에서 사온 빵들과 동네 떡집의 갖가지 떡들, 과일들, 월병과 과자, 그리고 우아한 잔에 담긴 커피까지. 꽃 심는 걸 돕는다고 나왔는데, 근사한 강변 소풍을 즐겼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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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었죠.
달빛 아래 마녀들처럼,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었어요. 사방이 트인 숲자락에서 춤을 추었죠. 솔솔 부는 바람이 배음처럼 깔려 가락을 넣어주었고,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장단을 맞췄죠. 사이사이 흘러들어오는 햇살이 우리 몸에 무늬를 만들었죠.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며, 자꾸만 웃음이 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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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었으니까요.
운정호수공원 에코온 뒤쪽으로 숲이 연결되죠. 우리는 그 사이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부근에 ‘에코온뜰’이라는 작은 정원을 일궜어요. 그동안 봄날님과 함께 파머컬쳐를 공부하며 정원을 가꾸기로 했거든요. 밑그림을 그리고, 땅의 숨소리를 듣고, 발끝으로 느껴지는 촉감과 냄새, 땅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는 풀들을 살폈죠. 그리고 오늘은 꽃을 심었어요. 그리고 다같이 자축하며 춤을 추었죠. 꽃들의 아름다움을, 생명력을, 온기를, 부드러움을 축하했죠. 꽃으로 이어진 우리들의 다정한 마음과 물결 같이 찰랑이는 기쁨을 느끼며 둥글게 둥글게 돌고 팔을 흔들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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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 어린이를 만났어요. 안양천으로 함께 걸어갔어요. 지난 주 화요일이던가 그래요. 이제 안양천을 중심으로 일하게 된 유지 아빠가 데리고 왔어요. 오늘은 제가 하원을 시켜야 해서요. 아빠는 일을 하느라 안양천으로 걸어가는데, 유지는 어쩐지 신이 났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질문을 던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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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양천 자원봉사 활동을 위한 답사를 간 것이었어요. 해가 언제 졌나 싶은데 금새 어둠이 내려앉아 서둘러야 했어요. 환삼덩굴과 단풍잎돼지풀이 우거진 곳을 헤치고 걸으며 동선을 살피고, 일감의 양을 가늠했어요. 앞서 걷던 염키호테 대표님과 유지 아빠가 강 쪽으로 자꾸만 들어갔어요. 할 수 없이 유지를 안고 따라 걸었죠. 유지의 보드라운 팔이 덩굴에 긁히기 않도록 최대한 감싸 안았어요.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를 스윽 쳐다보고 가는 시선이 느껴졌어요. 너희는 뭐냐? 이 시간에? 마치 묻는 듯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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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하나가 그렇게 잠시 서서 우리를 쳐다보더니 수풀 속으로 사라졌어요. 너구리야 반가워, 우리 또 만나자. 우리를 돌아볼 리가 없는 너구리를 향해 유지와 나는 손을 흔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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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날 우리 한강조합이 영등포구와 안양천 생태 가꾸기 협약을 체결했어요. 딱 1주일 뒤인 10월 8일에는 서대문구와 ‘홍제천 생태하천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협약’을 연이어 체결했고요. 특별히 홍제천은 한강조합과 함께 다른 두 단체도 함께 손을 잡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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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과 중랑천에서 시민 참여 강 가꾸기 모델을 만들어온 우리에게는 설레고 가슴 벅찬 첫걸음이죠. 더 많은 자연,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한강조합의 성과 내지 노력이 인정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안양천이나 홍제천에서는 이전 샛강이나 중랑천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꽃과 나무를 가꾸고, 너구리나 수달을 돌보고, 같이 공부하고 놀고 하는 것은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강에서 색다른 상상을 구현해볼 수도 있을 테지요. 이를테면 안양천에 모래밭을 만들어 유지와 온종일 놀 수도 있겠죠. 홍제천에서는 물길 따라 걸으며 시간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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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고, 호미에 걸리는 잔뿌리가 있으면 잘라내고, 구멍을 적당한 깊이로 파고, 꽃을 놓고, 흙을 덮고, 물골을 만들어 주고, 흙을 다지고, 물을 주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해야 꽃 하나를 심어요. 그런 꽃들이 모여 근사한 꽃밭이 되고 강가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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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듯이, 앞으로는 안양천과 홍제천에서도 강을 돌보고 싶어요. 한강애인 선생님들과도 만날 수 있는 강이 더 늘어나서 좋아요. 어느 강에서든 우리 자주 만나기로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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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들이지요. 건강하시길 바라요.
2026.10.15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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