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 밤,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호명하며 편지를 씁니다. 매일 조금씩 부풀어오르는 달님에게 마음을 기댑니다. 저기 동산 위에 떠올라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가까이 다가온 달입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입니다. 이른 아침 하늘공원 자락을 달리다가 ‘하늘공원’ 글자에서 ㄹ이 빠져 ‘하느공원’이 된 것을 보았습니다. ‘하느공원’ 글자를 보니 ‘하느님’을 연상되었습니다. 그리고 높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느님… 중얼거렸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리고 지켜주세요, 하고 덧붙였습니다. 근래 가까운 이들 중에서 건강 문제가 생긴 분들이 있어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저녁에는 오랜만에 J 대표님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우리 한강에게도 큰 은인이신 분이죠. 올해 봄부터 한 번 보자고 하던 걸 이번에 가까스로 날을 잡았습니다. 그는 작년 말 만났을 때보다 살이 더 빠져 있었습니다. 항암 약물의 부작용으로 좀 고생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계시고, 시원시원한 말씀이 통쾌하여 식사 자리가 즐거웠습니다. 연말에 또 만나자고 말씀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계속 힘을 내서 건강을 지키고 잘 사시겠다는 약속 같았거든요.
하늘공원을 내려오며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화살나무들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네요. 군데군데 붉은 잎이 곱습니다. 이 나무들도 또 이렇게 한 해를 잘 살아 단풍을 보여주니 고맙기까지 합니다.
세월이 흐르니 저도 그렇고 주위 분들도 조금씩 늙어갑니다. 늙음은 어쩔 수 없지요. 그저 다들 크게 아픈 데 없이 무탈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까이 곁에 내려온 저 달님께 두 손 모아 비옵니다.
# 더 많은 이웃들과
ⓒ이효미
“2026 진천 농다리 생물다양성 대탐사 결과
조류 14종, 어류 19종, 곤충 82종, 식물 158총, 포유류 4종. 전체 279종.
새벽. 오전. 오후 모두 해서 참여자 190명, 스텝 30여명으로 잘 진행하였습니다.
주말, 우리 한강 식구 모두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아~~~♡♡”
지난 토요일은 굉장한 날이었습니다. 한강조합은 크고 작은 행사가 곳곳에서 있었지요. 진천 미호강과 파주 에코온에서는 생물대탐사가 열렸어요. 중랑천에서는 수달탐사대 어린이들이 사물의 의회를 열었고, 자원봉사자들이 생태교란종 정리를 했어요. 한강유람단은 화천 비수구미 계곡을 걸으며 청정 자연을 만났고,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도 한강애인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효미 과장님이 알려왔듯이 진천 생물대탐사에서 200여명의 참여자들은 279종의 자연 속 생명들을 만났습니다. 파주에서도 수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우리 곁의 생명들을 만나고 경이로움과 기쁨을 느꼈지요.
생명들을 만나기 위해 운정호수에 발을 담그는 아이들. ⓒ염형철
우리가 하는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서 생명들을 발견하고, 알아채고, 그들도 우리 이웃으로 초대하는 것이죠.
샛강 왜가리 할머니인 김정순 선생님이 바로 그런 일상을 사시는 대표적인 분입니다. 선생님은 이번에 ‘작은 것은 아름답다’ 잡지 창간30주년 기념 자연관찰일기 시민공모에서 당선되셨어요. 그의 왜가리 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죠. (정순 샘, 정말 축하드려요!)
ⓒ김정순
이제 사흘 뒤에는 추석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평소 잘 챙기지 못했던 누군가를, 마음은 쓰이는데 잘 해주지 못해 괜히 미안하기만 했던 누군가를 살뜰히 챙겨보면 어떨까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그리고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자연 속 생명들도 초대해보세요.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직도 몇 송이 꽃을 간직한 능소화와 백일홍도 봐주시고, 명랑하게 날아다니는 박새와 직박구리도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