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 제주도에서 엄마와 제주 가족
2026. 10. 1.
은미씨의 한강편지 369 💌 흰목물떼새 여자, 지키다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 제주도에서 엄마와 제주 가족
은미씨의 한강편지 369 💌 흰목물떼새 여자, 지키다
이 곳이 우리집입니다. 우리가 새끼들을 키우며 살아가야 하는 곳입니다. 흰목물떼새에게 물어본다면 그렇게 대답할 거예요. 하염없이 모래톱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던 정희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차라리 나도 흰목물떼새가 되고 싶어. 그래서 여기요, 우리가 아직 살고 있거든요, 하고 말하고 싶어.
(은미씨의 한강편지 347호 <흰목물떼새가 된 여자> 중에서)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즐겁게 잘 보냈습니다. 제주도에서 엄마와 제주 가족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거문오름이나 한라수목원 같은 곳도 걸었어요. 예덕나무 누리장나무 이나무 삼나무 서어나무 합다리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구실잣밤나무 무환자나무 산벗나무 같은 나무들도 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노루도 가까이서 만났어요. 아버지 누워 계신 먼나무에게도 인사하고 그리움에 젖어 하늘과 바람의 가을빛에 취하기도 했어요.
만세!!! 저는 속으로 만세를 외쳤어요. 정말 기뻤어요. 간절하게 기다리던 흰목물떼새가 나타났으니까요. 우리가 수달섬이라고 부르는 중랑천 하류 부근에 멸종위기종 야생동물 흰목물떼새가 나타난 것이죠.
지난 4월에 제가 쓴 한강편지를 다시 찾아 읽어봤어요. 그때 우리는 걱정이 많았죠. 구청에서 이곳 수달섬 부근을 준설 대상지로 검토하고 있었거든요. 봄이 되면 흰목물떼새가 동글동글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는 귀한 모래톱인데 사라지면 어쩌나 근심했죠. 그때 특히 노심초사하던 정희가 차라리 흰목물떼새가 되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상상까지 했어요. 그게 당시 저의 ‘흰목물떼새가 된 여자’라는 편지였습니다.
# 흰목물떼새가 지키다
흰목물떼새 두 마리. 우리에겐 귀하고 귀한 존재지만 그것만으로 준설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작은 새들이 사는 작은 섬. 작은 모래톱과 작은 자갈들, 작은 풀들… 이들의 터전을 지켜주고 싶어 궁리를 했습니다. 이들의 존재가 홍수 때 사람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피고, 준설 대신 다른 대안은 없는지도 살폈어요. 구청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흰목물떼새 사진과 수달의 영상을 보여드렸죠. 그 결과 이 편지를 쓰는 오늘 또 기쁜 소식을 접했어요. 이제 준설 계획은 없다는 소식!
퇴근길에 자꾸만 혼자서 웃음이 나고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어쩌면 우리가 지켜준 게 아니라 새들이 저들의 삶터를 스스로 지켜냈구나 싶기도 해요.
대한민국 현존 고양이과 최상위 포식자 삵이 보이시나요?
한편 정희는 오늘 센서 카메라를 확인하며 ‘맹수들이 나타났다’며 흥분했어요. 그 작은 수달섬 인근에서 수달, 족제비, 그리고 삵까지 소위 생태계의 맹수들이 총출동했네요. 중랑천 옆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시민들은 알까요?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 동물들이 그들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우리가 그 작은 섬을 지켜줘야 하는 이유이죠.
# 2在학입니다
“공식적으로 2025년 9월 1일부터 2026년 9월 28일까지 파견 기간이었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같은 길을 참 많이 오갔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길인데 어느 순간 익숙한 출근길이 되었고, 이제는 마지막 출근길이 되었네요.”
며칠 전 제가 재학 사관이라고 부르는 이재학 국장이 채팅방에 올린 글입니다. 그는 파주시환경센터 에코온 파견을 마치고 본부로 돌아옵니다. 한강에서 4년 동안 함께 한 그는 누구 못지 않게 한강의 가치를 지키는 이죠. 파란만장하던 시기에 그는 노마드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어요. 25년 3월까지 샛강 팀장이었다가, 위탁 종료 후 임팩트 프로젝트 팀장이 되어 선유도 일대에서 가시박도 치우고 하며 땀을 흘렸어요. 그러다 25년 9월 파주시 위탁이 되면서 사무국장으로 파견을 갔어요. 1년 남짓 지나 이제 그의 어린 딸과 다정한 아내가 있는 영등포구 안양천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좌충우돌 하면서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염키호테 대표님을 보필하면서, 행정이나 지역 사회 목소리도 듣고 균형을 맞춰야 했으니까요. 그 와중에 저도 조합원들을 더 초대해라, 본부에 더 자주 와라 등등 요구가 많았죠.
재학 국장님, 그동안 수고에 고마워요. 이제 안양천에서는 웃을 일이 더 많겠죠?
한강조합은 이 편지를 보내드리는 10월 1일 영등포구와 <안양천 생태환경 및 수변문화 가꾸기> 협약을 체결합니다. 그동안 중랑천과 진천, 파주와 여주 등지에서 소식을 드렸는데, 앞으로는 안양천 소식도 전해드릴 거예요. 어느 강에서든, 더 많은 생명을 우리 이웃으로 초대하는 일을 부단하게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