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날이 맑았어요. 아침 공기는 조금 차가웠지만 이내 보드라운 햇살이 내려앉았죠. 주말은 우 은미씨의 한강편지 346 💌 김산의 눈물, 김원의 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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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날이 맑았어요.
아침 공기는 조금 차가웠지만 이내 보드라운 햇살이 내려앉았죠. 주말은 우리 한강에게 무척 바쁜 날이죠. 이 날도 중랑천에서는 현대이노션 가족 자원봉사와 생태교육, 진천 미호강에서는 물고기학교, 그리고 파주 에코온에서는 유아기후환경교육관 가족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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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바쁠 때면 한강애인들이 곳곳에서 도움을 줍니다. 중랑천에도 여러 분이 와주셨는데 어디선가 조용히 다가오는 분을 보니 최종인 선생님이더군요. 그는 이미 중랑천 생추어리를 한바퀴 돌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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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을 보태려고 나서긴 해도 눈치껏 일을 하는 데는 서툰 저는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최종인 선생님께 가보았습니다. 그는 흙을 수레에 담아와서 강가에 면한 둔덕에 쏟고 있습니다. 가래로 흙을 고르고 있길래 물었지요. 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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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래를 두 발로 다지고 또 흙을 펴길 반복합니다. 모래를 편 자리는 자라가 알 낳을 곳이라고 하더군요. 흙을 깐 곳은 외래종이 알을 낳을 곳이라고 하고요. (자라든 별별 이름의 외래종이든 장소를 어찌 구분하는지는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외래종이 성체가 된 다음 잡아가기는 어려운 일이고 알을 낳았을 때 알을 걷어가는 게 좋답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샛강에서 일을 할 때는 공무원으로부터 외래종 거북이를 잡아줄 수 있냐는 말을 들었죠. 제가 되물었어요. “연못 한가운데 있는 애들을 잡기도 어렵지만 잡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러자 이러쿵저러쿵 처분한다고 하던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알아서 죽인다는 말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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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수달과 흰꼬리수리의 생생한 모습을 KBS에 제보하여 공영방송 KBS가 환경˙생태 분야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기에 KBS 시청자주간을 맞아 이 상을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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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월요일(4.13)에 한국수달네트워크 최종인 대표님이 큰 상을 받았어요. KBS 시민기자상 최우수상이랍니다. 그는 언제나 현장을 누비고 야생동물들을 보살피는 한강애인이자 샛강지기이기도 하죠. 한강과 샛강시민을 대표하여 고은활동가와 정순 큰어머니가 꽃다발을 사들고 축하하러 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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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살아있는 생명들에게도 안전한 쉼터에 보호의 소리를 전하려는 소리였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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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살펴보세요. 최종인 선생님의 미세한 웃음을 발견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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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고 나서 그가 페이스북에 적은 소감입니다. 그는 자주 야생동물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짧은 글을 올리는데,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한 그의 글은 찬찬히 읽어야 하죠. 그러니까 위 문장은 이런 뜻일 거예요. 이 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생명들에게는 안전한 쉼터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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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집을 지어주고, 원앙 밥을 주고 서식지 주변 보호를 밤낮없이 해온 그는 우리에게 자연 속 식구들의 모습을 전해주죠. 그 덕분에 우리는 엄마 곁에서 노는 어린 수달, 다정하게 나란히 앉은 원앙들, 비오리와 호사비오리의 아름다움, 그리고 슬그머니 나타난 삵을 만날 수 있죠. 그는 또 이렇게 말해요.
“이들이 큰 공간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작은 공간. 그들이 살 작은 귀퉁이라도 지켜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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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대통령의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이 국가의 공식 문서가 되는 순간 분노했고, 거짓말로 인해 강의 모래가 파헤쳐지는 순간 통곡했고, 거짓말로 인해 녹조를 드러내며 강이 죽어가는 순간 절망했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고발하고 싶었다. 강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김원, <강가에서> 노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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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은 강가에서 수없이 울었습니다.
강아 강아
미안하다.
감산은 강가에서 수없이 강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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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의 추억이 젖어 있는 외가 집도 사라졌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그에게로 이어지던 추억들이 수몰되었습니다. 손주를 맞기 위해 맨발로 뛰어나오시던 할머니, 고이 접어 치마 섶에 숨겨 주었던 용돈을 쥐어 주던 할머니의 손도 수몰되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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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모래알, 노래하던 여울, 헤엄치던 물고기들, 새끼를 키우던 물떼새들, 강가의 수많은 생명들이 끝없이 죽어갈 때 그는 분노하다가 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고통스럽던 시간의 기록, 강의 죽음을 애도한 기록이 2014년 여름 <흐르지 않는 강: 증언, 4대강 개발사업>이라는 책으로 나왔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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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원이 왔나?”
참 고왔던 할머니가 다정하게 부르던 소년의 이름은 김원. 강의 죽음을 기록하던 시절, 강을 살리겠다며 역설적으로 강을 죽이던 이들이 떵떵거리던 시절, 그는 김산이라는 가명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또 세월이 지나 이제는 김산이 아닌 김원으로 4대강의 진실을 증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4대강 사진전 <흐르지 않는 강>이 지금 한창 전시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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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4.11)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그의 친구들이 많이 왔습니다. 18년동안 같이 4대강의 진실을 찾아온 최승호 피디님,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님, 사진전 작품 속에도 등장한 염키호테 대표님, 김원의 친구로서 보를 허물고 강을 살리는 일을 차곡차곡 해나가겠다고 호언장담한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장님 그리고 석락희 단장님을 비롯한 한강애인들이 여럿 가서 축하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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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마을에 몇몇 남은 할머니들은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집앞 텃밭에서 호미질을 하다가도 긴 한숨을 내뱉는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시 이 땅에 살 수 있을까.
내 평생 기억은 어디에서 찾을까.
강변 반짝이는 금모래빛 어머니의 마을은 이렇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흐르지 않는 강> 작가의 말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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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고, 기억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4.16 세월호 12주기입니다. 꽃보다 더 고왔던 아이들의 생떼 같은 죽음과 꼬마물떼새 같은 강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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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고 기억하며
새하얀 조팝과 연보라 라일락 향기 속에 머무는 4월입니다.
2026.04.15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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