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다스리는 하백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유화, 훤화, 위화가 그들이다. 딸들은 모두 미모가 출중하였고, 샛강 뽕나무에 모두의 염원이 담긴 금줄이 걸렸다. ⓒ박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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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다스리는 하백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유화, 훤화, 위화가 그들이다. 딸들은 모두 미모가 출중하였고, 각기 재주가 뛰어났다. 특히 큰 딸 유화는 농사일에 능하였고, 훤화는 화초를 잘 키웠으며, 위화는 강과 자연에 깃들어 사는 동물들을 잘 돌보았다. 위화는 새와 물고기의 말을 할 줄 알았고, 수달과 삵이 강에서 다투지 않고 어울려 살도록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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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동안 강에서 군림하는 가부장이었던 하백은 세월이 지나며 여러 일들을 딸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대신 그는 강 하구 아무도 모르는 모래 둔덕에서 오래 잠을 잤다. 잠을 자는 하백이 몸을 뒤척이거나 기침을 하기라도 하면 강에 잇닿은 바닷물이 크게 흔들리며 파도를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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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년이 지나 세상이 달라졌듯이 산천도 달라졌으니 하백의 딸들이 강을 다스리는 일도 달라졌다. 곳곳의 강은 댐과 제방으로 가로막히고, 강변의 버드나무와 뽕나무들은 잘려나갔다. 사람들이 강바닥의 모래를 퍼내어 집을 짓기도 하고, 강 위에 유람선을 띄우기도 했다. 강 하구에서 주로 지내던 하백은 오염되고 시끄러운 강에서 살기 싫다며 멀리 검룡소가 있는 태백산으로 떠나버렸다. 농사를 짓는 인간들도 줄어들고 강의 나무와 화초도 점점 줄어 유화와 훤화도 강을 떠나 도시에서 살았다. 하지만 새와 물고기의 말을 할 줄 아는 위화는 갈대가 우거진 강에서 살았다. 말똥게 참게부터 잉어 버들매치 납자루 미꾸리들의 물 속 삶을 살폈고, 박새, 딱새, 물총새, 왜가리, 청둥오리들이 새끼를 키우며 강숲에서 잘 살도록 도왔으며, 너구리들이 수달과 족제비 틈바구니에서도 넉넉히 먹으며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위화의 덕과 자애로움은 강에 사는 동물들 사이에서 칭송되었고, 그는 이제 태백산으로 떠나버린 하백을 대신하여 강을 다스리는 신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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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 지어진 둥지 두 채와 왜가리 두 쌍. ⓒ박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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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는 한반도 땅에 머물렀으며 강의 여러 곳을 오가며 지냈는데, 2026년 봄에는 버드나무 유초록이 아름다운 샛강에 잠시 머물렀다. 그가 샛강에 머무르게 된 연유는 버들과 꽃들의 향연만이 아니었다. 왜가리 두 쌍이 샛강에서 가족을 이뤄 알을 낳았기 때문이었다. 위화는 왜가리 새끼들이 건강하게 알을 깨고 나오고 샛강숲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라도록 돕기로 작정했다. 그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까닭은 샛강시민이라는 기이하고 열정적인 사람들 소문을 들어서였다. 샛강에서 봄까치꽃 같은 풀 하나부터 수달과 청둥오리, 왜가리 같은 동물들까지 유심히 살피고 걱정하는 그들의 정성이 유난하였다. 특히 왜가리가 오줌과 똥을 언제 누는지, 알은 부리로 어떻게 굴리는지, 수컷은 먹이를 얼마나 자주 물어오는지, 부부가 언제 알 품기를 교대하는지 몇 시간이고 지켜보는 정순 할머니 같은 분들이 그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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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화창한 주말 아침, 샛강시민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더니 짚으로 금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달어린이들부터 팔순 노인까지 한자리에 앉아 서로 훈수를 둬가며 금줄을 꼬았는데, 푸르른 솔잎, 검은 숯, 빨간 고추를 중간중간에 끼운 것은 액운을 막고 오직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기원을 담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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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가리들이 둥지를 튼 뽕나무 아래로 갔다. 금줄을 정성스레 걸어놓는데 뒤에 선 자들도 두 손 모아 기원을 바쳤다. 기도와 낮은 노래소리가 부드러운 봄바람을 타고 나무 위로 닿았다. 알을 품고 있던 왜가리들은 가만히 눈을 감고,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온기를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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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의 한 땀, 한 획에도 마음이 담겨있다. ⓒ박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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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위화는 이 모든 광경을 다 지켜보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여의도에 꽃구경 온 인파들도 하나 둘 떠나 밤이 이슥해졌다. 위화는 뽕나무로 다가와서 금줄을 풀고 두 손에 들어 하늘 높이 옥황상제에게 가져갔다. 하늘의 왕 옥황상제는 잘 만들어진 금줄이 영롱하게 빛난다며 칭찬하시고, 왜가리 자손들의 번창과 샛강 모든 생명들의 건강을 약속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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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 왜가리를 살피러 온 샛강지기 박중흠 씨는 금줄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어느 못된 인간이 떼어내서 버렸나 싶어 인근 풀섶과 강가를 뒤졌으나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 위를 보니 왜가리 둥지 쪽이 어쩐지 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하였으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박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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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이번 주 들어 운정호수의 버드나무에 물이 올라 연두빛이 곱습니다. 드디어 오늘은 벚꽃도 활짝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우리 파주시환경센터 에코온이 꽃길을 걸으라는, 파주시의 환경에 초록의 물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자연의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여기 행사장의 벚꽃은 아직인데요, 이건 우리에게 여전히 또 다른 축하가 더 남아있다는 것이겠죠.”
(염형철 센터장의 축사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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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넘친 시민들의 기대에 길지는 금세 동이 나 버렸다. ⓒ이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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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이던 4월 3일에 파주시환경센터 에코온 개관식이 열렸습니다. 언제나 청소에 진심인 염대표님이 센터장인지라 에코온 활동가들은 개관식 준비에 정신없이 바빴다고 하더군요. 큰 건물을 쓸고 닦고 또 짐을 나르고…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덕에 개관식에 오신 백여 명의 분들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센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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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국장(세종의 후손으로 사관이라고도 불립니다.)은 개관에 맞춰 금줄을 준비했습니다. 하양 분홍 꽃잔디를 심은 센터 주위로 금줄을 둘러 보호와 번성을 기원했습니다. 금줄과 금줄 사이사이 끼운 숯은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것이라 샛강지기들의 금줄과는 비할 데가 아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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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줄은 소박했지만 개관식 행사는 더없이 유쾌했습니다. 아이들이 카혼으로 축하 공연을 했고, 전국에서 온 환경교육기관과 단체 활동가들께서 연대와 축하의 마음으로 와주셨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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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라도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처럼 웃었다. ⓒ이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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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우리 한강은 사라진 금줄과 새로이 걸린 금줄 사이로 마음이 이어진 날들이었습니다. 한강이라는 다정한 강마을에서 서로 안전한 금줄을 둘러주며, 평안하게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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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후면 샛강 왜가리 새끼들이 보송보송 솜털을 달고 세상에 선을 보이겠지요. 하늘에서는 옥황상제와 위화가 빛나는 금줄을 흔들며 축복하겠지요. 그 때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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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9
한강 드림
(지난 4월 4일 샛강시민들이 왜가리들의 포란 성공을 기원하며 달아둔 금줄이 사라졌습니다. 이 편지에서 ‘사라진 금줄’은 그들의 허탈한 마음을 위로하고자 은미씨가 상상을 보태어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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