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은 영하 9도로 시작합니다. 많이 춥지요. 옷을 여러 겹 껴
2025. 12. 4.
은미씨의 한강편지 327_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은 영하 9도로 시작합니다. 많이 춥지요. 옷을 여러 겹 껴
은미씨의 한강편지 327_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은 영하 9도로 시작합니다. 많이 춥지요.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따뜻하게 다니시기 바랍니다. 서울에는 첫눈 소식이 있네요.
어제는 12월 3일. 계엄 1주년이 된 날이었어요. 어제 밤에도 여의도에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광장에서 혹한의 날씨를 견디는 시민들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12월 4일. 작년 오늘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1년 전 광장에서
# 20241204 박래군과 소년이 온다
계엄 다음 날이었던 작년 오늘은 박래군 선생님의 <소년이 온다> 강의가 있는 날이었어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우리 한강조합은 ‘한강에서 한강 읽기’ 강좌를 기획했지요. 5.18 때문에 운명적으로 인권운동가의 삶을 살게된 박래군 선생님은 이 날 저녁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죠. 다들 잠들지 못하고 전전긍긍 애태우던 그날 새벽, 그 역시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고 하더군요.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예비검속 대상자인 그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말씀도 하셨지요.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을까?”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
이 때만큼은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 5.18이, 당시 민주주의를 지키며 희생되신 분들이 현재 우리를 도우셨다는 걸 확실히 알았죠.
12월 6일 첫 집회를 나갔던 날도 기억납니다. 금요일이었는데 이 날도 매섭게 추운 날이었어요. 오전에는 한강 생태공원 민간위탁 준비 회의를 위해 고덕수변생태공원과 암사생태공원 운영단체 분들을 만났어요. 이 날 한강 사무실에 방문한 어느 분이 계엄을 가지고 농담을 해서 마음이 철렁하기도 했어요. 미팅이 많은 날이라 치마를 입고 (제 나름의 세미정장이라고 할까요) 출근했는데 국회 앞에서 집회하는 동안 종아리와 허벅지가 내내 시렸습니다. 겨울밭에서 버려져 뒹구는 무만큼이나 얼어버렸어요.
작년 12월 4일 박래군 선생님 강의 모습
# 20251204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에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내란의 극복 과정은 상처받은 민심을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은 공동의 운명을 일깨우면서 정치적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김찬호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P20. 프롤로그)
한강애인 김찬호 교수님이 계엄 1주년을 맞아 새 책을 냈습니다. ‘정치 없는 치유, 치유 없는 정치를 넘어서’라는 부제가 붙은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그 역시 내란 극복의 시간 동안 불면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생겨나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네요. 이 책의 8장 ‘성장’ 챕터에는 우리 한강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한강이 샛강생태공원을 시민이 자라나는 장소로, 공동체가 싹트는 공유지로 가꾼 이야기입니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와 그 이용 가치를 높이는 이수利水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런데 이제, 외형적 성장에 한계가 왔고 삶의 질을 높이면서 행복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려면 강을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 재발견해야 하고, 친수親水의 생활세계를 풍부하게 빚어내야 한다.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샛강공원은 훌륭한 전범이 된다. 그것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공공선을 도모하는 시민들의 정성과 헌신으로 조성되고 유지되어왔다.’
(김찬호 <고통을 다스리는 민주주의> P237. 시민이 자라나는 장소를 위하여)
계엄 1년 지나서 나온 김찬호 교수님의 책 ⓒ김영사
# 원앙을 위하여
첫눈이 내리는 오늘 저녁에 저는 중랑천 운영회의에 참석해요. 진천에서 주신 배추로 만든 겉절이를 내고 역시 진천에서 키운 무로 어묵탕을 끓일 거예요. 따순 음식을 먹으며, 진천의 미호종개와 중랑천의 원앙이, 진천의 수달과 중랑천의 삵이 다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이야기할 거예요. 참, 중랑천에 올 가을 새로 지은 수달집에 아가 수달이 엄마랑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했어요. 신기해요. 어떻게 알고 입주를 했는지…
최종인 대표님이 늘 말씀하곤 해요. 수달은 그리고 새들은 많은 공간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작은 공간이면 된다. 그들을 위한 작은 공간을 지켜주면 된다. 그렇게 꾸준히 야생동물들의 삶터를 지키고 돌보는 덕에 점점 더 많은 자연의 식구들이 우리 곁으로 오네요. 아기 수달이 사는 곳에서 삵도 모습을 드러냈어요. 전부 다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죠. 한강이 가꾸는 중랑천, 여주 양섬, 진천 미호강 같은 곳들이 야생동물들의 온전한 쉼터이자 삶터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새들에게 볍씨와 배추를 나누어줄 거예요. 한동안 방역지침 준수로 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죠. 주말에는 제한이 해제가 되니 기다리고 있을 새들에게 밥을 줄 거예요.
춥고 힘들어도 강 언저리에 단단히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을 생각해봐요. 우리 역시 고단하더라도 서로 곁을 지키며 잘 살아가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