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돌 흐르는 강물 속으로 우리는 들어갔어요. 물은 맑았고 깊지 않았어요. 미끄러우니 조심해. 아빠가 내
2025. 9. 19.
은미씨의 한강편지 316_미호종개와 나
돌돌돌 흐르는 강물 속으로 우리는 들어갔어요. 물은 맑았고 깊지 않았어요. 미끄러우니 조심해. 아빠가 내
은미씨의 한강편지 316_미호종개와 나
# 참종개와 나
돌돌돌 흐르는 강물 속으로 우리는 들어갔어요. 물은 맑았고 깊지 않았어요. 미끄러우니 조심해. 아빠가 내 손을 단단히 잡았어요. 둥글고 비스듬한 돌 위에 한 발을 디뎠어요. 매끈한 감촉이 발끝에 느껴졌어요. 나는 아빠의 팔을 고쳐 잡고 아빠가 이끄는 방향으로 따라갔어요. 성긴 빗방울이 조금씩 얼굴에 떨어졌지만 시원했어요.
투명한 물통과 족대를 든 사람들이 서너 명씩 같이 움직였어요. 누구는 장화신은 발을 굴러 작은 물살을 만들고 누구는 족대를 그 아래 바싹 받쳤죠. 강바닥을 샅샅이 훑은 족대를 번쩍 들어올려요. 그물 위를 손으로 만져가며 재빨리 살피죠. 파닥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그물 위로 탁탁 튀어오를 때 여기저기서 함성이 들려왔어요.
아빠와 아빠 동료가 힘껏 건져올린 족대 위에서 가볍게 몸을 뒤집은 작은 물고기, 아빠는 조심스레 잡은 다음 내 손바닥에 올려줬어요. 서둘러야 해. 나는 속으로 물고기에게 말했죠. 조금만 참아. 금방 살펴보고 다시 물에 넣어줄게. 손아귀에서 몸을 뒤척거리던 작고 따뜻한 너라는 존재.
참종개! 내 손에 온 물고기는 참종개였어요. 참종개 참종개. 네가 참 좋아 참종개야. 아빠는 옆에서 내 머리를 스윽 만지며 웃었어요. 아들. 기억해. 네가 만난 참종개 대륙송사리 동자개 같은 물고기들 말야. 네가 도시에서 자라는 동안 이 아이들도 여기서 잘 자랄거야. 우리 나중에도 또 보러 오자.
# 미호종개와 나
미호강에 사는 작은 물고기 미호종개야.
금빛 모래와 맑은 물이 있는 강을 좋아하는 미호종개야.
빗줄기가 굵어지며 제법 차게 내리던 지난 수요일, 우리는 너를 미호강으로 데려갔어. 세상의 빛을 본 지 오래지 않은 너. 아기 손가락처럼 작고 가느다란 너. 함께 모여 작은 물결을 이루며 통 속에서 조심스레 헤엄치던 너. 왕버들 사이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너를 데리고 강으로 걸어갔어.
맑은 물이 필요해. 우리는 서로 속삭였어. 모래톱이 쓸려가 버리면 어쩌지? 너를 데리고 강가로 가며 휘돌아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어. 작고 작고 여리고 여린 너. 얕은 물이 흐르는 미호강에서 너는 살아가게 될 거야.
아주 오래 전부터 너희들은 그 강에서 살았지. 돌돌돌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모래톱에서 살금살금 헤엄치며, 강이 주는 다채로운 감각을 느끼며, 삶이 기쁨과 두려움을 흘려보내며 오래 살았어.
작고 작은 종개 미호종개야. 연구실에서 태어난 너를 너의 오래된 고향 미호강으로 보냈지. 세상은 거칠고 강은 생기를 잃어 멸종위기종이 되어 버린 미호종개야. 우리는 삼천 마리의 너를 강으로 돌려보냈어. 너의 집 너의 고향 너의 삶터 미호강.
굵은 빗줄기에 강물이 좀 흐려졌어. 너를 강물 속으로 보내며 나는 속삭였어. 어서 나아가. 서둘러. 저기 완만한 건너편 모래톱까지 헤엄쳐 나아가. 거기서 너의 삶을 시작해. 너의 집 너의 고향에서, 금모래 은모래가 있는 미호강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너를 응원해.
# 이광형 책임님께
수요일 오후에 우리는 함께 미르숲을 걸었죠. 빗물에 젖은 농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 힘차게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숲으로 들어섰지요. 가을 채비를 하는 숲은 벌써 단풍잎 몇 장을 길가에 떨구었죠. 옆에서 걷던 외국인이 단풍잎 사진을 찍더니 이어 초입 정자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 사진을 찍더군요. 그는 손짓으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고, 할아버지들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죠.
이후 그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이고은
초평호가 바라보이는 미르숲 음악당에서 우리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호수는 잔잔했고 멀리 출렁다리 위에는 사람들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2012년부터 10년에 걸쳐 조성한 미르숲은 현대모비스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이광형 책임님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2023년 5월부터 생다진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니 이제 두 해가 조금 지났네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만들어낸 성과가 놀랍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멸종위기종 1급 미호종개 방류 행사가 그 결과이죠. 미국과 유럽, 아세안 등 해외 사업장에서 온 현대모비스 ESG 담당자 40여명을 포함해서 100여명이 함께 진행한 행사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잘 치러졌습니다.
미호강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힘을 합쳐온 한강조합, 진천군, 현대모비스의 생다진천 프로젝트팀의 노고가 컸습니다. 그에 더해서 이완옥 박사님과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분들의 전문성과 성무성 물들이연구소장의 열정도 미호종개 방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어요. 일본 환경부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합세했더군요. 미호강의 어류를 관찰하고 미호종개를 강으로 보내주면서 다들 뿌듯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멸종위기종 생명을 살려주는 귀중한 일을 했으니까요.
책임님 고맙습니다. 생다진천 프로젝트가 미호강에서 잘 자리를 잡은 데에는 당신의 헌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삼천 마리 미호종개들이 앞으로 미호강에서 잘 자리를 잡고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그리고 생다진천팀도 꾸준히 미호강의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돌보며 잘 살아가도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