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한강 여주지부 단톡방은 매일같이 활기가 넘쳤습니다. 콜마라는 기업에서 여주지부와 함께 지역에서 E
2025. 8. 22.
은미씨의 한강편지 312_7년의 한강, 응원해
8월 들어 한강 여주지부 단톡방은 매일같이 활기가 넘쳤습니다. 콜마라는 기업에서 여주지부와 함께 지역에서 E
은미씨의 한강편지 312_7년의 한강, 응원해
콜마와 함께 양섬을 가꾸다 ⓒ.백은희
# 여주에서 설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콜마 신입사원들과 함께 해주신 염형철 대표님, 양승윤 팀장님, 이상명 운영위원장님과 신동학, 어성준, 백은희 운영위원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남윤미 과장도 정말 고생하셨구요……
양섬이 점점 지역에서 새로운 생태적 가치의 거점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지역에서 자리잡는 것은 모두의 마음이 모아져 만들어지는 것 같네요. 모두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8.21 김양경 한강 여주지부 공동운영위원장 카톡 글)
8월 들어 한강 여주지부 단톡방은 매일같이 활기가 넘쳤습니다. 콜마라는 기업에서 여주지부와 함께 지역에서 ESG 활동을 하겠다고 한 때문이었지요. 마침 저도 참석하던 여주지부 운영위 회의에서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다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요. 올해 몇 년 만에 기지개를 켠 여주지부 조합원들은 ‘아름다운 가게 희망나눔’ 사업을 하며 강에서 배우고 가꾸고 즐기는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고픈 일들은 많은데 자원이 부족하여 늘 아쉽던 차였어요. 그렇다 보니 ESG 활동을 성사시키려 다들 공을 들였습니다. 활동 제안서를 쓰는 것에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활동 준비물 점검과 현장 준비에 힘을 모았죠. 행사날이 되자 한강조합 본부 활동가들도 지원에 나섰고, 새벽부터 준비가 바빴습니다.
양섬이라는 한 공간에서 생태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다들 수고한 날이었지요. 속속 전해오는 사진과 글을 보니, 콜마 직원들도 우리 조합원들도 더없이 환한 얼굴이네요.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뿌듯해하고 행복해하는 한강 사람들입니다. 여주에는 양섬과 도리섬 등 여강에 생태적 잠재성이 높은 곳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자라날 여강 공동체가 기다려집니다.
콜마와 함께한 한강 여주지부 ⓒ.백은희
# 중랑천에서 땀흘리다
중랑천 수해복구 ⓒ.함정희
“오늘도 많이 덥네요.
중랑천에 큰물이 지나고 피해가 큽니다. 수해복구를 위한 손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린 묘목이 쓰러지고 꺾이고, 유입된 쓰레기도 어마어마합니다. (수달집도 피해를 입었는데 어제 최종인 선생님께서 복구해 주셨어요.) 함께 해요.”
(8.18 중랑천 단톡방에 올라온 함정희 팀장 카톡)
지난 토요일에는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지기들이 수해 입은 샛강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폭우로 인해 망가진 산책로를 보수하고 탐방로의 풀들을 정리하고 또 나무들을 온통 뒤덮은 가시박과 환삼덩굴을 걷어내는 일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엄은희 염키호테 샛강지기들이 벌에 쏘여 고생하기도 했죠. 그래도 조금은 샛강에 빚진 마음을 덜 수 있었어요. 같은 날 샛강을 돕고 싶었지만 중랑천 모니터링이 급했던 정희팀장은 수달언니들과 중랑천 일대를 샅샅이 살폈어요. 그 결과 중랑천도 샛강 못지않게 수해 피해가 크다는 걸 알았죠.
이영원 최종인 민권식 고정현 이진 유웅 등등 금새 12명의 중랑천 자원봉사자가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죠. 쓰러진 나무를 세워주고 쓰레기를 치워주고 동물들의 서식지 근처를 정리했어요. 여전히 무더운 날씨에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묵묵히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죠. 이들은 중랑천에 사는 새와 곤충, 풀과 나무, 수달과 맹꽁이 같은 생명들을 가족같이 여기기에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죠.
# 샛강에서 눈물짓다
샛강센터 폐쇄되다. ⓒ.김정순
한편 샛강에서 힘들게 자원봉사를 하고, 자발적 프로그램을 하며 샛강을 지키던 샛강지기들에게 큰 위기가 닥쳤어요. 샛강지기들을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쫓아내려고 작정했는지 서울시는 급기야 안전공사를 핑계로 샛강센터를 폐쇄했어요. 하루 아침에 샛강에서 쫓겨난 샛강지기들은 울분을 참지 못했어요. 저마다의 가슴에 멍이 들었죠. 그 일이 있던 18일 저녁, 단단히 가로막힌 샛강센터 앞에서 샛강지기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상심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바로 다음 날 ‘최박의 습지투어’를 하고, 수요일에는 정순 샘이 두물머리에서 풀놀이를 하고, 목요일에는 가드닝 공부와 즐기자팀의 자원봉사, 그리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소풍을 나온 듯이 나눔밥상을 했어요. 서울시가 센터는 오로지 자기들 거라고 폐쇄한 동안, 샛강이라는 더 너른 품에서 아이들처럼 일하고 놀았죠.
지금 편지를 쓰는 이 시각에 창문 밖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저들의 무도한 처사와 공권력 집행의 기세가 여름 한철 매미소리 같습니다. 요란하기 짝이 없죠.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는 법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합니다.
샛강에서 울다. ⓒ.백은희
# 미호강, 파주, 그리고 여러 강마을에서
한강이 이제 7주년이 되었습니다. 대체로 행복한 마음으로 일해왔지만, 저도 염키호테님도 주름이 늘었죠. 팀장님들이 밤을 지새우며 일하거나 동료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어쩔 줄을 모르기도 했어요.
우리가 가꾸던 샛강이나 중랑천, 미호강에서 수달이 돌아오고 아름다운 숲이 만들어지는 동안 뿌듯했죠. 한강 때문에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한강애인들과 한강에서 일하게 되어 즐겁다는 동료들의 말에 가슴이 뻐근해졌죠. 그러나 지뢰가 터지기도 하고 국민의힘 정치인이나 조선일보가 괴롭히기도 하고 오세훈 서울시가 집요하게 탄압하고, 급기야 샛강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가 되었죠. 하지만 매순간 모든 장소에 우리 한강애인들이 계셨어요. 보기만 해도 안아주시고 손을 잡아주시고 등을 토닥여주셨죠. 누구는 눈물을 흘릴 시간에 삽이나 낫을 들고 묵묵히 나가 일을 계속 했죠.
며칠 전 김정순 선생님이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을 만나겠다고 무작정 다녀오던 길이었어요. 결국 만나지 못하고 여가과장에게만 호소하느라 허탈해하는 이강인 선생님에게 말씀하셨다지요. “나이들수록 경험이 많아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니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더 오래오래 일할 수 있어요.”라고…
다음 주 금요일에는 한강 창립 7주년축하잔치를 합니다. 저의 편지를 종종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한강이 걸어온 길을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짐작하실 거예요. 그리고 올해 유독 힘겹게 버텨왔고, 앞으로도 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예요.
오셔서 수고했노라고, 조금 더 힘을 내자고 해주시겠어요? 한강의 물길이 연결된 곳곳에서도 한강애인들이 오실 거예요. 여강에서 중랑천에서 샛강에서 미호강에서 한강하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