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은 한강창립 7주년 행사를 하는 날입니다. 7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강을 가꾸고 즐기는 재미난 길을 걷겠다고 시작했지만,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장항습지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중에 지뢰가 터져 조합원이 발목을 잃기도 했고, 모 국회의원이 우리더러 이권카르텔로 떼돈을 벌었다고 국감에서 난리를 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환경부장관이 네네 알겠습니다 하며 대답하자마자 그간 환경부랑 했던 모든 사업이 감사에 들어가서 탈탈 털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으니 우리 한강 활동가들, 특히 이정원 처장이 지독하고 대단합니다. 돈을 쓰는데 한 푼도 허투루 하지 않고 진짜 엄격하거든요. 저도 종종 혼나요.)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이 된 이후에는 샛강에서 내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수시로 갑질을 당하고 활동에 제약이 생기더니, 급기야 올해는 샛강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또 어디 있을까요. 한강조합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활동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올해 우리는 슬로건으로 ‘다정하게 손잡고 밝게 나아가자.’를 정했습니다. 슬로건이 무색하게
다정할 겨를도 없고 밝게 나아가기도 힘들더군요. 연이은 서울시의 소송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망가지는 샛강공원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강 사람들은 계속 서로를 북돋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며 다시 밝아지고 있습니다.
7년 동안 흘러오며 한강은 제법 큰 물줄기가 되었습니다. 창립하며 꿈꾸었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한강에는 정말 멋진 한강애인들이 계십니다. 품위있는 삶을 살며 봉사하고 나눌 줄 아는 분들이죠.
한강은 해야 할 일, 하고픈 일이 더 늘었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파주시 환경통합센터 민간위탁을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탄소중립팀장 채용을 마무리하면서 시작과 함께 달려볼 생각입니다. 샛강에서 눈물겹게 버티고 있는 샛강시민위원회를 돕고, 중랑천에서 우중가 선생님들과 생추어리를 점점 더 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미호강에서는 생태공원을, 여주에서는 양섬과 도리섬을 멋진 생태 거점으로 조합원들과 만들려고 합니다. 춘천, 양평, 안양, 양재천의 단체들과 함께하는 강문화마을 프로젝트에서는 시민들이 강에서 행복한 일상을 가꿔가도록 조금이나마 거들고 싶습니다.
아직도 하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수달 담당자가 없어 전국의 수달들을 챙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립 때 꿈꾸었던 한강의 상중하류를 연결하는 일도 갈 길이 멉니다. 강 안내자들을 강의 곳곳에서 양성하고 강에서 배우고 지키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쓰고 있자니 끝도 없네요. 당장은 내일 7주년 파티를 즐겁게 해야겠습니다. 놀러 오시겠습니까? 제가 나비넥타이를 매고 칵테일을 좀 말아보겠습니다.
한강과 함께 걸어온 7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정하게 손잡고 밝게 나아가겠습니다.
2025.08.28
한강 드림
(형철의 편지는 페이스북 글을 부분 차용하여 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