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냐고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며, 이 싯귀가 자꾸만 제 마음에 맴돕니다. 은미씨의 한강편지 302_샛강다리 난간 위의 그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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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편에 선 강고운 샛강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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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냐고요? 헤아려 볼게요.
그대를 사랑해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존재와 이상적 아름다움의 궁극을 더듬어 찾을 때
내 영혼이 닿을 수 있을 만큼 깊고 넓고 높게.
How do I love thee? Let me count the ways.
I love thee to the depth and breadth and height
My soul can reach, when feeling out of sight
For the ends of being and ideal grace.
(엘리자베스 베렛 브라우닝 <How do I love thee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냐고요>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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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냐고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며, 이 싯귀가 자꾸만 제 마음에 맴돕니다. 오래 전 장영희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읽었던 달콤한 사랑의 문장. How do I love thee? 소리내어 읽으면, 초여름 산들바람보다 부드럽고, 도처에 익어가는 저 검붉은 오디보다 더 달콤하죠.
그녀를 만나러 걸어가는 길. 쨍한 햇살을 통과해서 작은 숲길로 들어섭니다. 열매를 가득 달고 있는 뽕나무 가지들이 낮게 드리워 이마에 슬쩍 닿기도 합니다. 손을 뻗어 나뭇가지를 살짝 밀치는데, 오디 열매가 손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열매가 숲을 가득 채우고, 땅바닥까지 검붉은 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아침부터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는 태양은 당당하게 할 일을 했습니다. 숲 속 뱀딸기들이 조금씩 붉은 빛을 잃어가고, 벌사상자 꽃들이 가느다란 꽃대를 세우고 태양의 숨결을 고스란히 견디고 있습니다.
그녀는 샛강 위에 걸쳐진 목재 다리 위. 더 정확히는 목재 상판과 손잡이는 다 제거되고 철재 골격만 남은 다리 위에 있었죠. 해가 동쪽에서 나서 서편으로 한참 이울 때까지 한나절 내내 거기에 있었죠. 서둘러 나무 상판을 뜯어내고 가림막으로 둘러쳐져 아무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그 곳에서 혼자서 버티고 서 있다가 앉아 있곤 했죠. 후덥지근한 공기가 주위를 감싸고 멀리 자동차 웅웅거리며 달려가는 소리, 아래 강물에서 가끔 물고기가 뒤척이는 소리, 날카롭게 우는 직박구리 소리, 어디선가 아이들이 지나며 떠드는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멀어지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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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장소 아래 너럭바위의 수달똥 ⓒ.김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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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멸종위기야생동물1급 수달의 서식처입니다.”
그녀는 어제 밤에 아이의 도화지를 꺼내어 색연필로 글을 씁니다. 초록색 색연필을 골라 쓰며, ‘수달’이란 단어는 큼직하게 썼어요. 아무도 보는 이가 없어도 그녀는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밤에 그녀는 잠을 잘 이룰 수 없었어요. 여느 때처럼 공원을 돌아보다가 목교 공사 현장을 보았어요. 망연자실한 마음이 들었죠. 저 다리 아래 너럭바위는 수달이 오가며 똥을 싸는 곳인데… 수달은 얼마나 불안할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요. 누구는 그러게요 하며 같이 걱정하고, 누구는 대책 촉구 공문을 쓰자고 했죠. 마침 서울시 교육청에서 생물다양성 교육 한마당 큰 축제를 하는데, 누가 보면 일부러 방해한다고 오해하지 않을까요? 말하기도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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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그녀는 샛강다리 난간 위에 위태로이 앉아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책을 한 권 들고 마치 도서관에라도 온 것처럼 고요히 책을 읽었죠. 같은 시간에 샛강생태공원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생물다양성 생태전환교육 한마당이 열렸습니다. 650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생들이 샛강의 나무와 꽃, 벌과 나비, 새와 물고기, 수달에 대해 알아보느라 샛강 일대를 돌아다녔죠. 샛강을 6년 넘게 가꿔오고 아이들에게 생태전환교육을 해온 한강조합은 이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어요. 한강조합 대신 위탁운영을 하는 이음숲 관계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며 살피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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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교육한마당이 열린 샛강 ⓒ.최병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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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달을 불러와서 살게 하고, 뽕나무와 버드나무를 살려 박새를 먹이고, 물고기들을 살리려고 물길을 트고, 논습지를 만들어 됭경모치를 부르고, 둠벙을 만들어 참개구리를 불렀죠. 길을 다듬어 어르신과 장애인을 걷게 하고, 아이들이 공부하기 좋게 야트막한 나무 의자들을 놓아 배움터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아름답게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샛강숲에서 생물다양성 축제 한마당이 벌어졌어요. 한강조합을 기어이 쫓아낸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이제 수달마저 쫓아내려는 걸까요? 한쪽에서는 축제를 벌이면서 동시에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훼손하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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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자연놀이팡에서는 방탄노년단과 재즈 가스 말로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람들도 나무들도 흥에 겨워 춤을 추었죠. 이 날은 250명의 샛강지기들로 이루어진 샛강시민위원회가 창립하는 날이었습니다. 무려 115명의 샛강지기들이 오셔서 샛강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정성후 지키자 팀장님은 이런 인사말을 했어요.
“2025년2월 28일, 지난 6년간 샛강을 정성들여 가꾸며 훌륭한 공동체로 만들어 온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민간위탁 탈락이라는 ‘샛강계엄령’이 내려진 지 오늘로 꼭 100일입니다. 그 100일동안 험난한 상황과 조건에도 잘 버티며 샛강시민위원회가 이렇게 영글었으니 250명에 이르는 샛강지기들과 함께라면 앞으로의 100일 또 100일엔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1년이 지나면 샛강시민위원회는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민간위탁구조에서 자유로운 공동체, 강력한 시민단체가 될 것입니다. 이곳 샛강생태공원은 서울시를 비롯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시민이 주인인 공유지고 바로 샛강지기 여러분의 가꿈터, 즐김터, 배움터입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흐르는 강물 위 수달 곁에 서서
2025.06.11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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