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1인 시위를 하면서 만든 피켓과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불쾌했음을 토로합니다. 그는 기관의 수장 박진영이라기보다는 공무원 개인 박진영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시민들이 법으로 보장된 1인 시위를 하는 것을 그토록 불법 불법 합니다.
‘수달과 맹꽁이가 묻는다. 한강은 누구의 것인가? 자연과 시민들의 것이다.’
이 현수막 내용이 뭐가 그렇게 모욕적이었을까요?
테바이 왕 크레온은 자기 친오빠를 매장해준 안티고네에게 불법을 했으니 죽이겠다고 합니다.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포고령은 제우스나 정의의 여신이 세운 법이 아니고, 그녀는 신들의 법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크레온은 법을 어긴 안티고네를 끝내 죽이죠. 그리고 그 역시도 비극을 맞이합니다.
우리 한강조합이 샛강 민간위탁 사태에 대해 싸워온 것은 서울시가 한 일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호소도 하고 언론에도 알리고 1인 시위도 하고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요청 공문도 보냈습니다. (물론 오세훈은 면담요청에도 연락달라는 정중한 문자에도 끝내 묵묵부답입니다. 우리 같은 일개 시민단체는 먼지보다 못한 걸까요?) 그리고 가처분 소송도 했습니다. 수많은 탄원서와 자료들을 냈지만 우리가 졌습니다.
재판에서 졌지만 저에게는 안티고네 같은 믿음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합법이라는 틀 안에서 이번 일을 벌였지만, 과연 정의로웠을까요? 안티고네가 죽은 오빠를 장사지내 준 것은 사람된 도리였습니다. 우리 한강애인들과 샛강지기들이 샛강을 떠나지 않겠다고 힘들게 싸우고 있는 이유는 샛강에 대한 사랑과 도리를 다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샛강지기 네 명이 샛강 논에서 써래질을 하고 힘들게 일했습니다. 강고운 샛강시민위원장과 딸 세연이, 정지환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사무국장, 그리고 이철성 시인 네 사람이 그들입니다. 한강조합 공원팀이 고생해서 3년 동안 유지해온 논습지를 그냥 방치할 수 없어 올해도 논농사를 짓기로 했습니다. 그날 이후 정지환 국장님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전후에 피곤한 몸으로 논일을 하러 다녀갑니다.
박진영 본부장은 정지환 국장의 마음을 결코 알기 어려울 겁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거 한다고 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손바닥 논에 매일같이 오가며 일을 하는 그 마음. 생명과 자연에 대한 도리를 하겠다는 안티고네의 마음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