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매일같이 찌는 듯한 무더위네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턱 막히고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릅니다. 연일 폭염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7월 들어 매일같이 찌는 듯한 무더위네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턱 막히고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릅니다. 자꾸만 찬 것을 들이켜게 됩니다. 이 무더위로 어느 도시에서는 스물세살 베트남 청년이 공사장에서 앉은 채로 죽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서글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보름 전에 샛강을 떠나고 나서 때로 아득하고 낯선 감정이 듭니다. 6년반동안 샛강에서 지냈던 시간이 오래 전 일 같다가도, 샛강의 풍경이 두서없이 또렷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금같은 여름이면 보게 되는 셀 수 없이 많은 매미 유충의 구멍들, 나무나 풀섶에 매달린 유충의 텅 빈 껍질들, 벌써 피기 시작한 쑥부쟁이, 어린 것을 심었는데 몇 년 사이 늠름한 청년처럼 자란 나무들, 그러다가 큰 비가 내리면 여의못 데크까지 삼켜버리던 홍수,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풍겨오던 물 비린내, 뜨거운 햇빛이 성급히 그린 진흙 자국들, 소나기 지나간 저녁의 맹꽁이 소리…
중랑천이 내려다보이는 한강의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미호강에 닿을 수 있는 진천 사무실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정희 팀장님은 예쁜 잔에 커피를 담아 내어주고 시시한 농담을 건넵니다. 고생하셨어요…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는 지연과장님의 눈빛이 다정합니다.
작년 여름이던가, 제 샌들에 묻은 진흙을 어느새 물로 씻어두었던 태희 반장님은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내리꽂는 햇살 아래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있더군요. 이렇게 더운데… 좀 쉬엄쉬엄 하셔요, 라고 해도 그는 쉬지 않습니다. 빨리 해버려야쥬. 아직도 작업할 게 많이 남았시유 |
|
|
샛강에 아예 발길을 끊은 건 아닙니다. 어쩌면 지난 봄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이 말한 대로 되었습니다. “후속업체가 잘하나 지켜봐주시고, 공원을 이용하시다가 개선할 것이 있으면 건의해주십시오.” 한강 생태공원을 위탁운영하던 단체의 대표들을 불러모아 그는 그렇게 말했지요. 시민으로서, 이용자로서 감시하고 건의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렇게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로서 샛강을 돌아보면 마음이 타들어가거나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무너져 내리고, 거칠어지고, 통제되고, 무자비해진 느낌이랄까요.
이를 테면 이런 식. 수달 보호 울타리 곳곳이 부서졌습니다. 강 쪽으로 들어가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 울타리 안쪽에 있는 뽕나무에 달린 오디를 따러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부서지고 안쪽에 어지럽게 길들이 났습니다. 조용히 걷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가 쌩쌩 달립니다. ‘그늘막 설치 금지’라는 좀 엉뚱해보이는 입간판이 안쪽으로 덩그러이 놓여 있습니다. 공원을 재정비한다고 사방이 공사판이고, 공원을 관리한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관리 차량이 산책로를 오갑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샛강시민위원회 정성후 지키자 팀장님이 산책하다가 녹병균에 걸린 뽕나무들을 발견했습니다. 샛강 위탁업체에게 바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센터장은 2주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매일같이 미래한강본부 공원여가과에 보고했다고 대답합니다. 녹병균은 이미 샛강숲에 가득 퍼졌는데 알고도 속수무책이었던가 봅니다. 작년에는 한강조합이 소위 ‘뽕나무 용사들’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곧바로 구제 작업에 들어갔었지요. 걱정스런 마음에 4명의 샛강지기들이 곧바로 다음 날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지요.
병에 걸린 나뭇잎을 잘라서 땅에 묻어주는 일을 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샛강센터장과 한강본부 관계자가 달려왔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황당했습니다. 작업을 중지하라, 누구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냐! 성을 내듯 말하고는 이내 이렇게 수습했다고 합니다. 2-3일 내로 대책을 마련할 테니 기다려 달라. |
|
|
연일 폭염이 이어지지만, 샛강지기들은 매일 샛강에서 뭔가 합니다. 월요일엔 락희와 영원, 고운과 정순이 병든 뽕나무들을 돌봤고, 화요일엔 대학생들이 와서 지환이 샛강에서 수업을 했으며, 수요일엔 열여섯 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여서 평수에게서 양서류를 배웠습니다. 목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바쁜 날이었죠. 여의교 아래에서 꽃밭을 가꾸는 샛강지기들이 미나의 생태가드닝 수업을 들었고, 명숙은 중흠과 몇몇이 함께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주방에서는 갖가지 음식이 마련되었는데 목요일마다 있는 샛강나눔밥상이 차려집니다. 같이 마련한 밥을 나눠 먹으며, 샛강에 얽힌 추억과 애정을 고백하지요.
“샛강은 명숙의 강이죠.”
20년도 더 오래 전 필리핀에서 명숙 팀장님을 만났다는 조연옥 샘이 말했습니다. 1971년부터 여의도에서 살아서 샛강에서 썰매를 탔다던 분도 계셨습니다. 샛강이 이렇게 멋진 곳으로 달라져서 놀랐다고, 샛강을 지키고 싶다는 말들이 이어집니다. 어제는 20명도 넘는 샛강지기들이 모여 밥을 먹었습니다. 누가 가장 멀리서 왔고, 누가 가장 가까이서 왔는지 말하며 소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도미니크입니다.”
먼저 파리에서 사는 김영 교수님 딸 가족이 인사했습니다. 도미니크와 김연, 그리고 에린이 가족입니다. 가장 가까이 사는 이를 묻자, 고운 위원장이 “접니다!”하고 웃습니다. 그리고 명숙 팀장님은 이렇게 말하죠.
“샛강시 샛강구 샛강동에 사는 김명숙입니다.”
다들 까르르 웃었습니다.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샛강은 조금 애틋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당분간 거리를 두고 있으려고요. 이제는 샛강지기들이 저렇게 잘 샛강을 지키고 계시니, 한강조합은 새로운 강으로 나아가야지요. 강에 대한 상상력과 돌파하는 힘이 센 염키호테 대표님은 어느새 진전 미호강에 가칭 ‘미호강 습지 생태공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지 기대되는 한강조합입니다. |
|
|
폭염 때문에 일을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자 염키호테는 대답합니다. 여름엔 풀들이 순식간에 자라는데…
무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며 잘 지내시길 빕니다.
2025.07.11
한강 드림 |
|
|
6월 후원자 명단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정기 후원]
(주) 제드건축사사무소 (주)렛그린 강고운 강기원 강명구 강성권 강성만 강어진 강원재 강은정 강찬병 강채현 강태환 강혜인 경규명 고건순 고대현 고재민 공정미 곽나영 곽노진 곽정난 곽진영 구다은 구소윤 권남희 권대희 권명애 권태선 권택상 금미연 기경석 김갑중 김건한 김경숙 김규원 김달수 김도진 김명숙 김명신 김문자 김미라 김미숙 김미정 김미현 김병선 김보민 김보영 김상기 김석환 김선영 김성준 김성진 김수종 김승순 김시자 김양경 김영 김영경 김영민 김영숙 김예진 김완구 김용덕 김용진 김용찬 김원 김율립 김은경 김은규 김은미 김은선 김인경 김인봉 김자경 김재현 김정순 김종연 김종훈 김주철 김지연 김진숙 김진형 김진희 김창영 김철기 김해경 김해숙 김향미 김향희 김현섭 김현수 김현영 김혜현 김홍재 김효근 김희 김희영 나언성 나정희 나종민 나희덕 남광우 남윤숙 남윤희 남현주 노희철 마용운 명재성 명정화 문상원 문순심 문옥자 민경훈 민권식 민난주 민병권 민병근 박경만 박경화 박광선 박근용 박미경 박미정 박배균 박비호 박산들 박상은 박석균 박선후 박성주 박성희 박소영 박수정 박애란 박은영 박이사벨 박재원 박종학 박종호 박주현 박주희 박지혜 박찬희 박창식 박평수 박향미 박현진 박혜영 배은덕 배점태 배정우 백경화 백광현 백나미 백명수 백미선 백미향 백소영 백윤미 백은희 법무법인 한울 생태미식연구소 서광석 서광옥 서미윤 석락희 성무성 성준규 손기철 손미숙 송경용 송솔이 송예진 송은희 송주현 송진이 숨빛청파교회 신동인 신동학 신동훈 신석원 신재은 신향희 신현숙 신혜양 심봉섭 심은영 심재훈 아름다운 성형외과 안경선 안동희 안상모 안숙희 안영미 안인숙 안재홍 안정호 안정화 양경모 양금자 양승윤 양지특허법률사무소 양충모 양해경 엄수경 엄은희 여진 염경덕 염주민 염형철 오경자 오금님 오미화 오수길 오창길 온수진 우현진 원경희 원동업 원미영 유권무 유영아 유웅 유현종 유형식 육현표 윤부현 윤성혜 윤영희 윤유선 윤주옥 윤창원 이강인 이경순 이경화 이고은 이규철 이로울 이미란 이바다 이보현 이상명 이상범 이상수 이상영 이상원 이상은 이상헌 이상호 이상희 이선미 이성순 이수빈 이수용 이수진 이숙희 이승규 이안나 이연규 이영순 이영옥 이영원 이왕용 이용태 이원락 이유정 이유지 이유진 이윤정 이은선 이은희 이의진 이인현 이재권 이재용 이재은 이재학 이정든 이정미 이정민 이정심 이정원 이정윤 이정은 이정효 이정희 이종훈 이지숙 이지우 이진 이진미 이찬희 이창국 이창훈 이철수 이태화 이한진 이혜원 이호준 이효미 이희예 임계훈 임미연 임상무 임선양 임설희 임윤정 임재혁 장경진 장덕상 장소란 장영탁 전영화 전주경 전하나 전환주 정경화 정금두 정길화 정명희 정미나 정상용 정석 정성문 정성후 정수근 정수현 정애란 정연경 정영원 정용숙 정용원 정원락 정은영 정의수 정재원 정제혁 정지만 정지환 정혜진 정흥락 정희걸 정희규 조경숙 조경원 조경환 조성도 조성훈 조수정 조예진 조윤경 조은덕 조은미 조은민 조은애 조은철 조은희 조정선 조현욱 조현철 조혜진 조호진 조희경 지용주 진정래 차봉숙 차재학 최병언 최봉석 최성미 최시영 최윤주 최은숙 최정연 최정해 최종인 최진우 최충식 최한수 최현식 최혜영 최희영 표정옥 피진희 하정심 한경구 한경수 한석찬 한석호 한정미 한지은 한지혁 한창희 허돈 홍기현 홍미경 홍영선 홍효정 황경희 황수현 황영심 황현주
[특별 후원]
(사)자연의벗연구소 (주)유한양행 6월13일집들이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교보증권(주) 김선영 김영경 김용진 김인경 김인영 김인희 김자경 김정순 김호철 노훈심 도란도반 박경화 박기철 박상철세무회계사무소 박재원 백은희 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 사단법인 여성환경연대 생태미식연구소 서울수달보호네트워크 서희정 성동희망나눔 송경용 신석원 안동하 양경모 양충모 양충모 어바웃엠 협동조합 여진 오은숙 우중가 원미영 유경수 윤석원 윤주옥 윤준하 이강인 이명희 이영원 이원락 이정원 이희예 익명 임선양 임설희 임홍순 재단법인 한국세계자연기금 재단법인 환경재단 전지영 정명희 정성후 정소연 조수정 조은미 최병언 최정권 최종인 한새롬 한석호 한선화 현대자동차(주)
[신규 조합원]
강혜인 김보민 김은선 김종훈 민권식 배정우 송솔이 유현종 이경희 이병열 이정희
|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