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편지가 왔어요! 은미씨의 한강편지 296_샛강의 파수꾼 권무 현섭 팀장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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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무 팀장님께,
헤어지는 마당에 편지를 쓰려니 참 어렵습니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함께한 6년을 떠올려 봅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여 고통스러울 지경입니다… 2019년에 샛강에 오셔서 그토록 고생했는데, 제대로 알아주지도 못했고, 존중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팀장님이 정식으로 출근한 것은 2019년 9월 19일. 저는 어쩐지 이런 날짜조차 기억이 나는군요. 팀장님은 그 해 4월부터 이미 몇 차례 샛강에서 일을 하셨지요. 특히 자원봉사자들이 나무를 심을 때 와서 도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자전거도로 옆 샛강변에 어린 나무들을 심는 일이었죠. 새 잎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 나무들이 수레에 실려오면, 구덩이를 파고 자리를 잡고 물을 주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척척 이끌고 해냈습니다.
2019년 8월말 여름 끝자락에 3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과 88로변 사면에 사철나무를 심던 일도 떠오릅니다. 마침 서울시가 2900주의 나무를 줬는데, 그 많은 나무들이 죽지 않고 활착하도록 하기 위하여 매일같이 애를 태웠지요. 어느 해는 가뭄이 오래 이어져 어린 사철나무들이 말라죽을 지경에 처했습니다. 팀장님은 물을 주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했어요. 어느 물차 주인이 공짜로 물을 줄 수 있다고 한 날은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물차 주인이 새벽에만 가능하다 하니, 새벽같이 샛강에 나와서 물을 주는 일을 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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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6년 동안 샛강에서 하신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강의 부유쓰레기를 걷어내고 봄이면 떠오르는 죽은 물고기들을 치웠죠. 3월이면 열리는 하천대청소를 진두지휘하고, 국회앞 두꺼비못 폐쇄습지에 물을 대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습니다. 산란한 두꺼비 알들을 구하기 위해 손으로 양동이로 퍼담기도 했습니다. 어느 가문 날에는 양수기로 물을 퍼나르려고 새로 산 호스를 자르다가 커터칼이 손바닥을 갈랐습니다. 올챙이들을 살리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당신의 손바닥을 가르고, 피가 철철 뿜어져 나왔습니다. 구급차에 실려가고 이후 수술과 입원도 해야 했지요.
생태교란종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4월부터 팀장님들 마음은 초조해집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몸과 마음은 더 분주하지요. 봄부터 겨울이 가까울 때까지 가시박과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과 싸웁니다. 찰과상은 기본이고, 옆에서 현섭 팀장님은 여러 번 말벌에 쏘이기도 합니다. 무릎보호대가 없었다면 크게 베일 뻔했다며 저에게 무릎보호대를 보여주신 적이 있지요.
한강조합은 코로나 시기 시민들을 위하여 샛숲 탐방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팀장님은 먼저 그림을 그립니다. 동선을 짜고 길이 끊긴 곳을 이을 계획을 세웁니다. ‘자연스럽게 열린 습지공원’라는 샛강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샛강의 버려진 나무와 흙, 야자매트만으로 섶다리를 만듭니다. 그렇게 무릉교와 수달교를 비롯한 다섯 개의 다리가 만들어집니다. 이 다리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나무와 흙으로 된 계단을 지나 다리로 들어설 때, 저는 늘 편안하고 아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이 찾아오면 늘 다리 자랑을 했어요. 우리 팀장님들이 만드신 거라고…
섶다리만이 아닙니다. 수달보호 목책을 만들고, 아이들이 논농사를 할 수 있도록 논습지를 만들고, 둠벙과 수로를 만들고, 두꺼비못을 살리고, 튼튼한 비오톱을 스무 개 이상 만들고, 풋나무터를 만들었습니다. 팀장님들이 심은 사철나무는 2만 그루, 어린 나무들은 3만 그루가 넘습니다. 그렇게 숲이 깊어지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사시사철 샛강숲에서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첫눈 때문에 천 그루 가까운 나무들이 타격을 입고 쓰러졌을 때, 당신도 몹시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나무들이 자연재해를 입었으니 오죽할까요.
아이들을 위한 자연놀이팡을 만들고, 장애인들을 위한 무장애나눔길을 만든 것도 오롯이 팀장님들이 맨손으로 하신 일입니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홍수가 지고 나서 길이 망가지면 새벽같이 나와서 길을 복구하곤 했습니다. 뽕나무와 중국굴피나무가 쇄굴되어 죽을 위험에 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시멘트를 바르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건 안 될 말이라고, 어떻게 하든 살려보겠다고 설득합니다. 팀장님들은 흙주머니를 만들어 쌓고 쌓아서 끝내 나무들을 살려냅니다. 천 명도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낸 일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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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울시에서 파견된 인부들이 과도하게 풀을 베는 걸 보고 제지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한강조합을 비난하고 경고했습니다. 이 때 제가 들은 말이 “샛강이 한강조합 것이냐.”라는 것이었지요. 샛강이 한강조합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샛강이 팀장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애를 쓰고, 그토록 사랑하고, 그토록 수고를 아끼지 않던 샛강이 과연 팀장님 것이 아니었다면 누구의 것일까요?
길가던 사내들이 “그 나이에 겨우 잡부 노릇인가?” 하며 모욕하기도 했습니다. 개똥을 안 치운 여자에게 치우라고 하면, 적반하장으로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 항의하겠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처럼 사람들은 때로 팀장님을 비웃고 못되게 굴기도 했지만, 팀장님들은 그저 허허 웃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 팀장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수고한다, 공원이 예뻐졌다, 고맙다, 말을 건네는 더 많은 시민들이 있기에,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지난 겨울, 폭설로 기우뚱하던 나무가 팀장님을 향해 쓰러졌습니다. 팀장님은 그 순간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고 하셨지요. 생과 사를 가를 수도 있었던 나무의 타격. 팀장님은 그 이후 샛강숲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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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이번 민간위탁 심사에서 샛강에서 프로그램만 하겠다는 업체를 선정했을 때, 당신은 심란해 보였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무수히 다치고 건강을 해치면서도 사랑으로 지켜내려 했던 샛강의 운명이 막막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근무일까지 논습지를 단단히 정비하고, 놀이팡의 밧줄을 살피고, 무장애나눔길을 고치던 당신의 마음. 파수꾼 같은 팀장님들이 더 이상 없는 샛강의 앞날이 잘 상상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샛강에서 일하는 동안, 팀장님들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여러 어려움 중에 저에게 가장 컸던 것은 서울시의 괴롭힘이었지요. 그럴 때마다 노련한 팀장님이, 잘 될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봅시다, 그런 일로 건강을 해치면 안 됩니다, 하며 위로하고 걱정해 주셨지요. 특히 제가 항암을 하고 나서는 자주 그랬습니다. 서울시 때문에 마음을 상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애정어린 마음으로 살펴주셨어요.
현섭 팀장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현섭 팀장님은 어려운 활동을 상의하면 대부분 “해봅시다.”라거나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폭염 속에서 온종일 일을 하고도, 저를 보면 언제나 웃음짓던 모습… 단 한 번도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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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종종 팀장님들은 여의도역 상가에서 막걸리를 드셨습니다. 당신들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샛강을 가꾸고 돌보는 공원팀장님으로서 자긍심이 있었습니다. 온종일 샛강숲에서 땀을 흘리고 나서, 제육볶음에 막걸리를 드시는 당신들의 삶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팀장님들이 안 계신 샛강에서, 샛강의 버드나무와 뽕나무, 애기똥풀과 찔레, 수달과 박새, 잉어와 참게들을 계속 잘 돌보고 지내보려 합니다. 샛강지기들과 손을 잡고 이곳에 깃든 생명들을, 아름다움을 지켜보겠습니다. 그래야만 팀장님들이 샛강에 주신 사랑에 다만 얼마라도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그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2025.05.02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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