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The pain passes, but the beauty remains)’
_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
멀리 사는 친구가 전시 티켓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 늘 안쓰러워하고 응원하고 기원한다는 말과 함께. 마침 가까운 여의도 The Hyundai에서 하는 인상파 그림 전시였습니다. 월요일 오후 복잡한 일들을 잠시 접고 나섰습니다. 화려한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를 한참 타고 올라 6층에 있는 갤러리에 갔어요.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젊은이들로 북적였습니다.
가만히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타임머신을 타고 프랑스나 미국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동안 지친 마음을 다독다독 위로해주고 말갛게 씻어주었습니다. 예술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시를 읽는 시간도 그러합니다. 나희덕 시인님이 신간 시집 ‘시와 물질’을 냈습니다. 연둣빛 가득한 샛강숲을 닮은 연두 표지를 가진 시집입니다. 요 며칠 우연하게도 한밤의 라디오 방송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나희덕 시를 몇 편 들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또 괜히 뿌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한강과 샛강을 통해 나시인님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니까요.
멀리 사는 친구가 그러하듯, 나시인님도 몸과 마음 잘 챙기라 하고,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염려합니다. 응원하고 기원하느라 연두 시집을 들고 샛강으로 오시기도 했습니다. 우정으로 북 콘서트를 열어 주시고, 당신의 삶과 시를 쓰는 이야기를 자분자분 들려주셨습니다.
“나희덕시인님의 '시와 물질' 북 콘서트. 북 콘서트가 이렇게 유쾌할 수가 있군요!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오늘 자리에서는 시인이 시의 재료를 먹고, 시가 고프도록 예열하고, 시를 낳기 위해 수고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염키호테 대표님 페이스북 글 인용)
우리는 같이 시를 읽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꽃이 피고지고 봄이 왔건만 마음이 서걱거리고 불편하던 봄날들. 샛강과 사랑하는 존재들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언제라도 내쫓길까 싶어 마음이 그늘지던 시간들… 그런데 시집을 펼치고 읽던 시간만큼은 참 푸근했습니다. 시를 읽는 제 자신이 고결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죠.
#새타령에 탱고를
은애가 탱고 추는 사진을 카톡에 올렸습니다. 갓을 쓴 선비 같은 분이 탱고를 추고 있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새타령에 맞춰 춤을 췄다고 합니다. 남미의 춤에 우리 전통을 입히다니 그 상상력이 놀라웠습니다. 이런 멋진 댄서들이 샛강숲에서 춤을 춰도 근사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은애에게 말하니, 탱고 댄서를 소개해줬습니다. 알고 보니 국악 탱고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운영자이기도 했습니다. 비영리단체에는 공연 기부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샛강이야기를 말씀드리자, 흔쾌히 무료 공연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곧바로 5월에 일정을 잡았습니다.
지난 주 샛강예술공연 주간에도 참 많은 공연팀들이 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이지숙 샘과 신소라 샘의 훌라댄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님의 기후합창단, 이영자 소프라노, 오카리나 연주, 강고운 피아노 연주, 4.16합창… 이번 주에는 자연 책을 읽으며 샛강 지키기 활동을 이어갑니다. 나무 곁에 서서 조혜진 책방지기가 좋은 책들을 한보따리 가져왔어요.
우리의 싸움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것.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읽는 방식으로 싸웁니다. 긴 호흡으로 이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우리가 워낙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편에, 사랑의 편에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라도 오셔서 같이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