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평화롭던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 위기가 닥쳤다. 서울시의 일방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행정에 의하여 샛강에서 6년 동안 샛강을 가꾸고 공동체를 일궈온 한강조합이 샛강을 나가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에 맞선 샛강공동체 사람들의 저항에 대한 것이다. 이야기는 2025년 4월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일부터 시작된다.
나오는 사람들 : 강고운 샛강시민위원장, 정성후, 석락희, 이원락, 김명숙, 엄은희, 김정순, 송경용, 조은미, 이재학, 이정민, 박찬희, 정지환, 기타 한강애인들과 샛강 시민들 다수
#씬 1. 샛강센터 2층 샛숲광장. 25년 4월 4일 오전 11시
(대형 스크린에 헌법재판소의 선고 장면이 나온다. 11시 22분이 되자, 문형배 소장 대행이 선고를 하려고 한다. 샛숲광장에 모인 남녀 열 대여섯 명이 긴장한 채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이어 문형배가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한다. 이에 환호하는 사람들)
석락희 :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한다.) 만세!
조은미 : 만세! 대한민국 만세! 샛강 만세!
강고운 : (조은미에게 다가가서 포옹한다. 서로 등을 두들기며 눈물짓는다.)
엄은희 : (김선영에게 다가가 팔을 벌려 안는다. 호탕한 웃음소리. Close-up)
박화정 : 다같이 만세 외칩시다. 만세 만세 만세! (사람들 다같이 만세를 외친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스크린 속 헌법재판관 안팎의 모습이 보여지고, 상기되어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Fade-out)
#씬 2. 같은 날 샛강센터. 정오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들. 계란말이와 미나리새우전을 만드는 모습. 된장보리비빔밥이 커다란 철판에 세팅된다. 음식을 든 사람들을 따라 카메라 이동한다.)
조은미 : (음식 테이블 앞에 서서) 오늘 역사적인 파면의 날에 공탁이 샛강으로 왔습니다. 공탁을 대표하여 송경용 신부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사람들 박수친다.)
송경용 : 공탁은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이라는 뜻입니다. 스물일곱 번째 공탁은 한강조합과 한강애인들을 위하여 준비했습니다. 서울시에 맞서 샛강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활동가들, 시민들, 조합원들… 모든 분들이 맛있게 드시라고 오늘 40인분을 준비했습니다. 정식 쉐프도 있고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엄은희 정명희 보조 쉐프들도 있어요. (둘러선 사람들 다시 박수친다.)
엄은희 : 맛있게 드시고 샛강 지킵시다! (팔을 치켜든다.)
석락희 : 다같이 샛강을 위하여 만세를 외칩시다. 대한민국 만세! 한강 만세! 샛강 만세! (사람들이 만세를 따라 외친다.)
#씬3. 샛강센터 앞. 4월 10일 낮
(카메라 멀리서 서서히 센터 앞으로 다가온다. 벚꽃이 활짝 핀 윤중로에 삼삼오오 오가는 이들의 표정이 밝다.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샛강 아래로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센터 앞에는 테이블을 내놓고 않아 있는 사람, 수달 탈을 쓰고 서 있는 사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박찬희 : (지나는 이들에게 엽서를 내보이며) 퀴즈 맞추세요. 퀴즈 맞추시면 수달 인형 드려요. (지나던 여자 둘이 멈춰 선다.) 샛강에 엄청 귀여운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요? 이름이 뭘까요?
여자 1 : 족제비?
여자 2 : 아냐, 너구리일거야. 전에 보니까 한강에 너구리 많이 산대.
박찬희 : 족제비도 너구리도 샛강에 살긴 하는데, 멸종위기종 아닙니다. 얘는 두 글자예요. 뭘까요?
(근처에는 강고운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말을 하고 있다.)
강고운 : 2019년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샛강에 와서 쓰레기를 치우고 생태교란종을 뽑았습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수달이 돌아와 살고 있습니다. 엄마 수달 그리고 아기 수달 두 마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오세훈 시장은 한강조합에게 나가라고 합니다. 샛강에 수달이 살아가도록 가꿨더니 이제 나가랍니다. 오세훈의 그레이트 한강에 맞지 않아서 쫓아내겠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기도 하고, 본 체 만 체 지나기도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강고운.)
카메라는 점점 벚꽃 사이로 올라가서 높이 하늘을 비춘다.
(나희덕 시인과 함께 ⓒ.정성후)
#씬4 – 샛강생태공원. 같은 날 오후
서울시에서 나온 인부들이 샛강변에서 물고기 사체를 뜰채 등으로 건져 올리고 있다.
#씬5 – 샛강생태공원. 같은 날 오후
서울시에서 나온 인부들이 네 명이 숲 속 부러진 나뭇가지들을 잘라내고 모으고 있다.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씬6 – 샛강생태공원. 같은 날 오후
서울시에서 나온 인부가 자전거를 타고 황급히 산책로를 지난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김현섭이 제지하자, 화난 얼굴로 “직원이오.” 하고 가버린다.
#씬7 – 샛강센터 앞. 같은 날 아침
미래한강본부라고 붙어 있는 청소차량이 세워져 있고 커다란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다. 안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길가던 노인이 플라스틱 물병을 던진다. 택시 기사가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며 바지춤을 잡고 있다.
#씬8 – 샛강센터 앞. 4월 14일 정오
벚꽃이 많이 져서 한낮 인파가 줄었다. 그래도 점심 때라 오가는 이들이 많다. 훌라 댄서가 공연을 준비한다.
이지숙 : 정민 샘. 음악 준비되었나요?
이정민 : 네! 이제 시작할까요?
이지숙 : 잠시만요. 정순 샘. 강인샘. 설희 샘. 준비되었죠. 이제 시작할까요?
(음악이 흘러나오고 훌라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길가던 이들이 모여든다. 흥겨운 음악소리)
(마침내 피어나다. ⓒ.이영원)
#씬9 – 샛강생태공원. 2025년 가을 어느 일요일
(김명숙이 수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명숙 : 어린이 여러분. 샛강에 수달 가족이 언제부터 살았을까요? 수달은 2021년부터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노력으로 샛강에 돌아와서 살기 시작했어요. 여기 수달 발자국 보이나요? 어제 밤에 응가를 이만큼 했네요. 신선한 똥냄새 맡아보실 분? (어른들이 까르르 웃는다.)
카메라 점점 뒤로 빠지며 공원을 여기저기 비춘다. 한강조합 공원팀장들이 이끄는 자원봉사자들이 수달 목책을 보수해서 만들고 있다. 맨발걷기 하던 시민들이 그 곁을 지나간다. 뽕나무 아래서 책을 읽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카메라는 여자에게 점점 다가간다. 나희덕 시집 <시와 물질>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카메라는 점점 빠져서 황금빛 뽕나무를 비춘다. 점점 공중으로 올라가면 화사한 빛으로 일렁이는 샛강숲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