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곧 전쟁이 터진다는 소문이 돌고, 저는 제주의 언니들과 어머니, 서울의 가족들이 죽을까 두려웠습니다. 꿈은 한 편의 영화처럼 전개되는 터라, 순식간에 적군이 침입하고, 우리들은 잡혔습니다.
독재자가 우리들을 앞에 나란히 세웠습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을 하나씩 말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뭔가 길게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독재자는 그것을 4자로 줄여서 말하라 하고 저는 ‘인권보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걸 영어로도 말하라. 독재자가 명령하자 저는 human right protection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뜨겁게 달군 인두를 든 군인이 다가옵니다. 저의 등에 그 글자를 새겨주겠다고 합니다. 독재자가 잠시 다음 사람을 심문하는 사이를 틈타, 저는 도망칩니다. 나선형 계단을 달려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엘리베이터가 더디게 와서 공포로 속이 타들어 갑니다.
3월 봄이 시작되어 이제까지 하루도 속이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A라는 업체가 다섯 개 한강생태공원 민간위탁 업체로 선정되면서 우리에게 전쟁이나 다름없는 날들입니다. 샛강을 고향이라 여기는 한강애인들이 모여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불공정 심사 의혹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며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의 문은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3월 3일 1차 대책회의 ⓒ.김명숙)
(2차 대책회의 ⓒ.김명숙)
어제는 서울시가 선정업체와 기존 생태공원 운영단체들을 불렀습니다. 서로 ‘건설적으로’ 협의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권투 링 위에 선수들을 올리고 지켜보는 심판자 같았습니다. 우리는 차분하게 그동안 서울시와 선정업체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던 것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팅이 시작되자 마자 선정업체 대표는 화를 냈습니다.
선정업체 대표가 최소 25% 고용승계라는 말을 했다고 난지 운영단체 센터장이 말하자, 그는 전화 녹취를 당장 자리에서 틀라고, 자신은 그런 말을 절대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어 선정업체 대표는 한강의 여러 비방과 협박으로 인하여 본인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어쩐지 참담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샛강 민간위탁 선정 발표 이후, 수많은 한강애인들과 샛강애인들이 울었습니다. 앞날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샛강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지켜질 수 있을지 염려했습니다. 그간 한강조합의 정성으로 만들어져 온 환대의 공동체가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생태계보전과 공원관리는 민간위탁의 과업이 아니므로 할 계획이 없다는 말에, 6년간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한강조합 공원팀이 땀을 쏟아온 샛강숲이 망가질 거라고 걱정했습니다. 샛강이 집이고 샛강이 일터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선정결과에 울고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샛강놀자 봄빛축제를 만들어준 사람들)
민간위탁 선정이 정정당당하고 공정했다면, 우리는 깨끗이 포기하고 떠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의 말과 선정업체의 이후 행보를 보니 심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용승계 계획을 내지 않았는데, 고용승계 관련 점수를 받았는가 하는 의혹입니다. 공고문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 80% 의무’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선정업체는 선정 결과 발표 사흘만인 3월 3일에 다섯 개 생태공원에 배치할 인원 각 3명씩 해서 15명을 불러모아, 희망근무지를 조사합니다.
우리 사회의 불법이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눈감지 않고 바로잡는 것도 한강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자연 속 동식물들의 생명이 걸린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죠. 이만하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히 안개 속이고 서울시와 선정업체는 당당하네요.
(3월 12일 기자회견 ⓒ.박찬희)
명백한 거대 범죄인 윤석열의 계엄에 대해 아직도 파면 결정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과 동료 시민들이 광화문 찬 바닥에서 날밤을 세우고 단식투쟁을 하며 파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 앞에 총구를 겨누고 (우리 아이도 12월 4일 새벽에 국회 앞에 있었습니다.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에게 총구를 겨눠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떨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감금하거나 죽이려고 한 윤석열입니다. 이런 무도한 범죄자에 대한 파면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
그에 비하면 샛강 민간위탁을 바로잡는 일은 작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해야 할 일은 해야겠습니다. 이 일의 배후에 오세훈 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정책과 시민단체 쫒아내기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세훈 시장에게도 항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힘들어도,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야죠… 그 와중에도 웃으며, 서로 눈물짓고 껴안으며 투쟁하는 한강애인들을 봅니다. 웃고 울고 하며 지내는 날들입니다.
저보다도 더 근심하고 분개하며 이 일에 매달려 주시는 한강애인들께 뭐라고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기 어렵네요. 그 마음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샛강의 새들과 수달과 꽃과 나무들도 은혜를 갚을 거라고 생각해요.
곧 파면 선고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샛강 민간위탁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며칠 눈이 내리고 추웠습니다. 눈 사이로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피어났습니다. 희망의 봄을 함께 만들어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