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가 봄날 같아서 겨울이 갔나 하고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동장군이 나 여기 있소, 하듯이 매섭게 휘몰아치네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옷장을 여러 번 열어봅니다. 뭐가 제일 따뜻할까 고민하면서요. 평소 스커트를 즐겨 입지만 오늘은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두툼한 추리닝 바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눈여겨볼 사람도 없으니 입고 나서자 싶었죠. 그러나 이내 정장 스타일 바지로 입었습니다. 한강 일터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려면 추리닝은 아니겠다 싶어서 그렇습니다.
꽁꽁 언 빙판길을 피하며 뒤뚱뒤뚱 걸어 샛강센터로 갑니다. 센터 앞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여 의아합니다. 다가가니 낯익은 얼굴들이군요. 이번 주에 출근을 시작한 대한노인회 소속 박화정 선생님 일행입니다.
새해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왜 밖에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보아하니 주변 정화 활동은 이미 다 마친 상태입니다. 세상에, 알고 보니 제가 출근하는 것을 마중하려고 이제나 저제나 고개를 빼고 센터 앞에 나와계셨던 것입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올해도 대표님에게 무조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말씀하시는 박선생님. 이 세상 누가 출근길에 이렇게나 반겨줄까요. 그것도 엄동설한에. 한강에서 일하는 것이 이렇게 축복받은 일이구나 새삼 감사합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조류센서스 진행한 한강애인들 ⓒ.조혜진)
#샛강에서 아랑곳하지 않다
아침 8시부터 낮 1시까지 샛강의 구석구석을 걸었습니다. 한강 고양지부에서 오신 박평수 이사님과 도란도반 생태공부모임의 김경숙 샘, 오미화 샘, 김해숙 샘, 그리고 샛숲학교의 조혜진 샘과 신상재 샘까지 여섯 분이었습니다. 오늘은 서울시에서 겨울철 조류 센서스를 하는 날이고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은 (당연히!) 한강조합이 맡았기 때문이죠.
수능날이면 춥듯이 조류 센서스 하는 날은 몇 년째 춥네요. 다섯 시간을 새들을 찾아 돌아다닌 그분들 얼굴이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샛강센터로 올라오자 뜨끈한 보리차부터 드렸네요.
된장찌개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박이사님은 새들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고 걱정 어린 목소리입니다. 그들에게 오늘 만난 새들 중에 누가 제일 기억에 남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딱새 암컷이 너무 귀여웠다고들 하네요. 가까이 머물며 도망가지도 않았답니다. 미화 샘은 저에게 박이사님을 이릅니다. 딱새 암컷이 예쁘다고 했더니, 모든 생명은 다 예쁜 거라며 자꾸 박새 암컷에게만 예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타박했다네요. 어느 새가 더 예쁘니 하며 다투는 한강애인들이 더없이 정겹습니다.
(한강애인들의 마음을 홀린 딱새 암컷 ⓒ.박평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 최종인)
#중랑천에서 아랑곳하지 않다
중랑천의 한강애인들은 오늘도 새들에게 밥을 줬습니다. 원앙 고방오리 넓적부리 흰뺨검둥오리 물닭들에게는 볍씨를, 직박구리 되새 밀화부리 같은 새들에게는 과일을 선물했어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가에서 새들을 먹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운 날은 꼼짝달싹 하기 싫을 텐데… 강처럼 깊고 너른 한강애인들의 마음 속을 다 알 길이 없습니다.
(과일로 차린 새들의 밥상 ⓒ.최종인)
#미호강에서 아랑곳하지 않다
“머리가 띵하고 코가 찡하게 매서운 날, 진천 미호강을 누비고 옵니다. 홍수 관리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에 나무를 남기고, 갈대를 깔아 뭉갠 환삼덩굴을 걷어내 경관을 만들고, 미호종개의 삶터가 되는 모래 여울을 넓히고, 겨울새들이 풀을 뜯을 만한 공간을 조성하고, 시민들이 하천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산책로를 가꾸자는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염키호테 대표님의 페이스북에 쓴 글 중에서)
미호강에서도 한강애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염대표님과 생다진천 (생물다양성 진천) 팀은 미호강의 곳곳을 누비고 조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미호강을 누비다 ⓒ.이효미)
저는 우리 한강조합 사람들의 이런 생동감과 열정이 자랑스럽습니다. 강의 곳곳에서 교육과 프로그램, 행사들도 하지만 현장 속에서 자연을 만나고 교감합니다. 이 혹한의 날씨에 한강조합만큼 역동적인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있을까요? 제 생각엔 없을 것 같아요.
아침에 샛강에서는 이영원 선생님도 만났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셨다고 하더군요. 내일도 또 봉사하러 오신다고 해요. 이렇게 한겨울에도 묵묵히 일하고 생명을 돌보는 한강애인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추위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강유람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한강 비내섬으로 유람을 간다고 하는군요.
건강 유의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2025.02.05
한강 드림
이주의_한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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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입춘이 지나긴 했지만 이번 주말까지는 연일 강추위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집 밖 외출은 자제해 달라는 안내 문자가 밤새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특히 주위에 감기와 독감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 잔뜩 움츠러든 일상의 연속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끼니때 잘 챙겨드시고 해 저물면 편히 푹 쉬시는 게 감기와 독감을 물리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북극 온난화가 심해져 북극의 기온이 예년 평균기온보다 20도 이상 높아진 것이 한파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기온이 아이슬란드 상공의 저기압과 만나 북극으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이때문에 북극의 공기 흐름이 망가져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우리나라에 지금의 한파가 찾아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