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원앙축제에 오신 사람 여러분! 그리고 비오리 가마우지 왜가리 넓적부리 친구들과 수달 등등 동물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성동구민증을 받게 된 성원랑입니다. 저희 가족과 이웃, 친구들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드려요.
생각지도 못한 환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가 얘기해주던 서울 인심은 그리 좋지 않았거든요. 저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이주 배경을 가진 강의 주민들이죠. (쉽게 말해서 철새입니다. 근사하게 표현해보자면 세상을 돌아다니는 노마드라고 할까요.)
솔직히 한국 사회가 이주 배경 주민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죠. 때로 노골적으로 때로 은근하게 차별과 배제가 횡행하잖아요. (아, 제가 어린이인데도 좀 어려운 말을 썼군요. 엄마가 이런 말이 좀 그럴싸해 보인다고 가르쳐주셨어요.) 그런데 정원오 구청장님은 우리 원앙들을 성동구의 주민으로 인정해주고 오늘 구민증까지 주셔서 감격했습니다. 저에겐 성동구 주민답게 이름도 지어주셨는데 성원랑이란 이름이 맘에 듭니다. 정원오 성원랑. 이렇게 나란히 발음해보니 가운데 글자도 같아요. 원오와 원랑, 마치 형제같지요?
(성원랑과 성중달의 성동구민증 C.성동구)
세상이 좋아지는 데에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죠. 그리고 한두 사람, 한두 원앙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압니다. 몇 년 전에 이곳 중랑천에 찾았던 우리 할머니는 더 이상 오기 싫대요. 예전과 달리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죠. 할머니가 친구들과 같이 왔던 중랑천 구간에 여러가지 공사가 벌어지고 편하게 먹고 쉬고 할 공간이 줄어들었대요. 그런 일이 있다 보니 두 번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했지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올해 중랑천에 왔어요. 작년에 다녀간 이웃들이 중랑천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줬기 때문입니다.
성동구에 위치한 철새보호구역 부근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우리 원앙들이 살기 좋도록 쉼터 같은 것들도 만들어 줬어요. 배를 곯을까 싶어 어디서 햇곡식을 얻어와서 강가에 뿌려주기도 했지요. 우리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사람들은 감탄하죠. 우리를 보면 사랑에 빠지게 되나 봐요. 사람들은 우리 원앙들이 잘 살라고 이런저런 호의를 베푼 것이지만 그 수혜는 다른 새들도 고루 누렸답니다. 웃기게 생긴 물닭도, 어디 먹을 게 없나 기웃기웃하는 까치들도 덩달아 실컷 포식했지요. 그렇다고 제가 으스댈 생각은 없어요. 밥상은 평등해야 하니까요.
멀리 타국에서 온 이주배경 원앙들을 이렇게 성동구민으로 받아주신 덕분에, 중랑천에서의 아름다운 공존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성동 원앙축제에서 구민증 수여식을 하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이 소식은 전세계에 보도될 것이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외국의 원앙들과 갈 곳 없는 철새들이 이곳으로 찾아올 테니까요.
고맙습니다. 저희 원앙도 성동구민, 지구시민으로서 좋은 공동체 일원이 되겠습니다. 우리 원앙들도 적극 나서서 강을 지키는 주민이 되겠습니다. 주위 동물들과 인간들과도 평화롭게 잘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중랑천 수달 아가들 C. 최종인)
#성중달의 소감
아, 좀 떨리네요. 또 믿기지 않아요. 제가 중랑천에 살며 성동구민으로서 구민증을 다 받다니요. 저희 가족 영상을 찍어 알려주신 최종인 대표님, 성동구민증을 주시는 정원오 구청장님, 저희가 살아가기 좋은 집을 지어주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분들, 집 짓는 돈을 보태주신 서린 컴퍼니 사장님들, 그리고 중랑천을 살기 좋게 만들어주시는 자원봉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우리 엄마가 여기 와서 우리를 키우면서도 걱정근심이 많았다고 해요. 중랑천에 물고기는 많은 건 좋은데, 곳곳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 악취가 나고 쾌적하지 않았죠. 버드나무들이 많이 잘려 나가고 정비된 곳들이 늘어서 우리 수달들 은신처가 사라졌어요. 대대손손 강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강을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죠. 하지만 강의 환경이 점점 나빠져서 다시 다른 강으로 이주해야 하나 전전긍긍하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작년부터 중랑천이 조금씩 좋아졌어요.
쓰레기를 치우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주 오갔고 어린 나무들이 심어지고, 좀 어설프긴 해도 우리들을 위한 집들이 지어졌어요. 하류 생동 생추어리에는 점점 다양한 동물들이 와서 살기 시작했죠. 우리 가족도 그래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랍니다. 지난 달에 최종인 아저씨가 이른 아침 돌아다니다가 우리들이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죠. 특히 제 모습이 귀엽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죠. 네. 저는 무척 귀엽긴 합니다. 저를 자주 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우리 수달들이 편하게 살게 좀 도와주세요. 제발 쓰레기는 아무 데나 버리지 마시고요. 살아 있는 강이 될 수 있도록 가꿔주세요. 제가 야행성이긴 해도, 가끔은 아침 나절에 슬렁슬렁 돌아다닐 수도 있어요. 종종 만나도록 해요.
(중랑천 원앙들 C.최종인)
오늘 저와 원앙이 구민증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성동 원앙축제가 펼쳐집니다. 오셔서 여러분 곁에 사는 자연의 주민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내년 5월 세계 수달의 날에는 성동 수달축제도 열어주세요. (간식 코너에는 물고기 대신 붕어빵이라도 팔아주시고요.) 그러면 샛강이나 청계천, 탄천, 한강 곳곳에 사는 수달들도 놀러오라고 할게요.
저와 원앙을 축하해주기 위하여 함께 자리해준 모든 분들도 고맙습니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축제도 재미있게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