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에 건강하게 지내시는지요? 요즘은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린다니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일상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요. 올 여름에는 땀도 많이 흘리지만 조금만 활동을 해도 금새 지치기도 합니다. 샛강의 권무 현섭 공원팀장님들은 강철 같은 체력인 줄 알았는데 올 여름은 자주 탈이 납니다. 한 분은 어제 더위를 먹어 한나절을 쉬어야 했고, 다른 한 분은 정강이에 쥐가 나서 근육을 풀어줘야 했어요. 중랑천 땡볕 아래서 일하는 박기철 반장님이나 로맨 님, 진천 미호강변에서 혼자서 온종일 뙤약볕과 싸우는 연태희 반장님도 말할 것도 없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른 샛강숲 C.정지환)
저는 오늘도 한강창립6주년 행사를 준비하느라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며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오후에 여의도공원을 다녀올 일이 있어 샛강에서부터 걸었어요. 성긴 빗방울이 떨어졌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사이, 바람이 성급히 달려오기도 해서 나무들도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무들은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아 바라보는 저도 잠시 행복감에 젖었어요. 길가에 오래 핀 백일홍 빛이 약간 사위어 가는 듯이 보입니다. 이렇게 여름도 어느새 물러가겠지요…
내일이면 한강6주년 기념 후원행사를 합니다. 한강조합이 하는 일이 온통 사람들의 땀과 정성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돈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창립기념일에 후원행사를 하고 있어요. 돈이나 후원물품 또는 응원의 말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마음을 전해주고 계세요.
수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보고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하고, 보람일자리 같은 걸로 오셔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내주시기도 하고, 직원들이나 조합원의 아들과 딸들이,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돈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 하나하나에 고마워하고 또 마음 뭉클해지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다가 어제 정성후 선생님의 이런 카톡을 받고 나서는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주현 윤원준 부부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C.정성후)
“샛강에서 웨딩 사진을 찍은 딸이 곧 결혼합니다. 이제 여의도를 떠나게 되니 샛강을 자주 못 오는 것을 아쉬워하던 중에 마침 한강조합의 후원 행사 소식을 듣고 신혼 부부가 결혼 비용을 아껴 작으나마 기부를 하겠다네요. 이 기특한 마음을 알려드립니다.”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면 돈이 늘 아쉬웠던 것 같아요. 직장을 꾸준히 다니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았지만, 월세를 내고 밥을 먹고 친구들을 만나고 하다 보면 다음 월급날이 기다려지죠. 그런 시절을 살아본 터라 결혼준비자금을 아껴서 한강에 기부한 것은 정말 크게 마음을 내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영희 선생님이 주신 돈
살면서 돈을 건네고 어색했던 적이 한 번 있습니다. 종종 그 때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대학 은사님이신 장영희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때의 일이었어요. 세브란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하고 입원하고 계시던 때 병문안을 갔어요. 뭘 준비할까 하다가, 전에 이모부 병문안을 갔을 때 봉투를 준비했던 게 기억이 나서 10만원을 담은 봉투를 준비해서 갔어요. 선생님은 제가 내민 봉투를 보시더니 “얘, 그러지 마라.” 하고 손사레를 치셨죠.
차라리 꽃이나 책을 샀을 걸 그랬어요. 다정하게 편지를 써서 전해드렸어도 좋았겠지요. 저의 돈봉투는 거절했지만, 선생님은 언젠가 제가 캄보디아 여행을 가는데 용돈을 주셨어요. 저도 어엿한 직장인이고 여름휴가 삼아 해외여행을 가는 터라 용돈을 주실 필요는 없었죠. 그런데 예쁜 봉투에 돈을 담아 주셨고, 저는 넙죽 받아서 여행지에서 맛있는 걸 먹느라 다 썼어요.
세월이 흘러 저도 선생님의 그 때 나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건넨 돈은 제자로서 병문안을 했다는 면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에 비하면 선생님이 저에게 주신 것은 아낌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장영희 선생님과 나, 그리고 지우)
#신혼부부의 돈
이주현 윤원준 부부는 샛강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웨딩촬영조차 샛강에서 했으니까요. 그들이 결혼자금을 아껴서 내준 기부금은 한강조합에 주는 것이 아니라 샛강의 동식물들과 자연을 부탁하며 주는 돈이 아닐까 합니다. 봄날의 연초록 버드나무와 여름날의 매미들, 가을날의 쑥부쟁이와 겨울철의 박새들까지… 그들의 추억이 어린 오솔길과 느릿한 강물, 어린 아가들을 이끌고 다니는 청둥오리엄마와 발 아래 밟히는 검붉은 오디들… 그 모든 것들을 돌봐달라는 부탁이겠지요.
이 아름다운 청년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런 너그러움과 사랑을 가진 젊은이들이니 살아갈 날들에 햇살과 강물이 찰랑대며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