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씨와 둘만 살아 날씨에 따라 당연히 옷을 갈아입고 춤춰줄까 물구나무서줄까 물어봐 (김혜순 시 ‘
2026. 9. 10.
은미씨의 한강편지 366 💌 잘 살아온 당신
나는 날씨와 둘만 살아 날씨에 따라 당연히 옷을 갈아입고 춤춰줄까 물구나무서줄까 물어봐 (김혜순 시 ‘
은미씨의 한강편지 366 💌 잘 살아온 당신
나는 날씨와 둘만 살아
날씨에 따라 당연히 옷을 갈아입고
춤춰줄까 물구나무서줄까 물어봐
(김혜순 시 ‘그리운 날씨’ 부분)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쾌청한 가을이 왔어요.
파란 하늘 하얀 뭉게구름은 더없이 부드럽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춤이라고 추고 싶을 정도이죠. 덩실덩실 가벼운 마음으로 마냥 걷고 싶은 날씨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안양천을 걸었어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뒤로 펼쳐진 강과 하늘이 인상파 그림 같았죠. 안양천 가이드로 나선 최병언 박사님은 반바지에 연두색 운동화를 신고 걸었어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죠.
ⓒ이영원
최박사님은 한강조합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합니다. 한강유람단 운영위원으로 유람이 있을 때마다 가능한 대로 참여하시고 주변 친구들을 끌어들이죠. (코스 난이도가 좀 높다 싶으면 “이건 노인학대야. 사장님 나빠요.” 하면서 좌중을 웃게 하죠.) 그는 한강 자연성회복 걷기를 이끌기도 하고, 예전에는 샛강에서 ‘최박의 샛강 습지 투어’프로그램도 했어요. 그가 샛강 공원 최초 조성 시 참여했던 공무원이었기에 우리는 ‘샛강 전설의 최박’이라는 애칭으로 불렀죠.
그로 인해 한강의 조합원이 되고 후원자가 된 후배들이 꽤 여러 분 계십니다.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강조합이 좋은 일을 하니 동참하라고 권하죠. 한 번만 말해도 선선하게 가입해주는 분들이 있더군요.
작년에 선유도공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여러 번 꾸린 적이 있어요. 우리가 샛강에서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대안 공간이 필요해거든요. 그 때도 최박사님이 후배들에게 부탁을 했어요. 우리가 다른 것도 아니고, 생태교란종 치워주고 쓰레기 줍는 봉사를 하고 싶으니, 활동하는 걸 허락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몇 번 기업 자원봉사자들이나 한강애인님들과 함께 가시박을 치우곤 했죠.
후배들이 한강조합에 동참할 때마다 그는 으쓱한 표정으로 말하죠. “내가 그래도 잘 살긴 잘 살았나 봐요.”
# 그럭저럭 잘 살아온 나
지난 번 한강8주년 후원행사를 하며 저 역시도 조금은 으쓱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도 그럭저럭 잘 살아왔구나 싶었죠.
ⓒ바라봄
중학교 동창 은철은 후원 요청을 할 때마다 “많이는 못 보낸다.” 하면서도 적지 않은 후원금을 보내줍니다. 작년 원앙축제 때도, 이번 8주년에도 돈을 보내줬어요. 한 푼이라도 후원금이 아쉬울 때, 나름 망설이다가 운을 떼었을 때, 계좌 보내라 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애정어린 답을 해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죠. 한 번은 고향 친구 재향이도 “네가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더라.”며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어요. 고향을 떠난 후 만나지도 못한 사이인데도 그랬죠.
은미언니, 저 은영이예요.
8주년 파티 때 반갑게 인사를 해온 여자가 있었어요. 당찬 표정의 그녀를 이름을 듣고서야 알아봤죠. 대학 시절 하숙집 친구의 동생이었죠. 그도 언니 따라 파티에 와서 후원금을 내주었어요. 30여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친구 동생에게 받는 응원은 특별했어요. 나중에 따로 한 번 밥을 먹자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는 이내 씩씩한 답을 보내오더군요.
“뜻을 추구하는 삶! 언니 응원드려요!”
# 잘 살아온 당신 강우현
내일 저는 열 분의 한강애인들과 함께 제주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가 2014년부터 ‘황무지를 단무지로’ 바꾼 땅에 우리도 구슬땀을 보태려고 해요.
남이섬 성공신화로 널리 알려진 그이지만, 그가 생태 환경 분야 활동가들과 단체들을 돕고, 문화 예술 상상력과 유희가 대단히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직접 나무와 꽃을 심고 빗물을 가두고 연못을 만들어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 시켜온 것은 덜 알려져 있죠. 우리 한강조합도 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심적 물적 도움에 더해서 그는 언제나 낙관과 긍정,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문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셨어요.
우리가 제주도에 가는 것은 그처럼 잘 살아오신 강우현 대표님께 고맙다고, 우리도 당신의 단무지 땅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도움을 드리러 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또 차고 넘치도록 그의 선물을 받고 올 거예요. 그로부터 충전할 에너지로 한동안 한강의 일을 또 신나게 해나갈 거예요.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한강애인님들은 이웃을 돌보고 호의를 베풀며 참 잘 살아오고 계십니다. 가까이 곁의 생명들과 멀리 타국의 시민들과도 연대하는 멋진 분들이십니다.